방사능 오염된 건축물 “물처럼 뿌리고 씻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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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오염된 건축물 “물처럼 뿌리고 씻어낸다”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0.09.1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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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硏, 하이드로겔 기반 표면제염코팅제 개발 성공
기존 제염효과 2배↑…물로 분리돼 방폐물량 절반 줄어
원자력연구원은 넓은 건축물 표면의 방사성 오염을 빠르고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표면제염코팅제를 개발했다.

원자력연구원은 넓은 건축물 표면의 방사성 오염을 빠르고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표면제염코팅제를 개발했다.

방사능에 오염된 건물을 물처럼 액체 형태로 뿌려서 신속하게 씻어내는 신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양희만 박사가 방사성으로 오염된 표면에 액체 분사 방법으로 세슘을 쉽고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하이드로겔(hydrogel) 기반의 표면제염 코팅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원자력발전소 사고 시 누출되는 대표적 방사성물질인 세슘은 장기간 방사능 오염(세슘-137, 반감기 30년)을 일으키기 때문에 빠른 제염 작업을 통해 제거가 필요한 물질이다. 그러나 현재의 제염 기술은 건물 표면에 제염 코팅제를 도포한 이후 직접 벗겨 내거나 표면 자체를 깎아야하기 때문에 대단위 면적에 신속한 작업이 어렵고 대량의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표면제염 코팅제를 액체 형태로 뿌려서 신속하게 도포할 수 있으며, 세슘을 흡수하고 굳은 코팅제를 물로 쉽게 제거할 수 있어 방사성폐기물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이드로겔 기반 표면제염코팅제’는 친환경 고분자 화합물, 가교제를 첨가한 특수용액과 기존 세슘 흡착제를 혼합해 만들었다.

오염표면에 특수용액과 세슘 흡착제를 분사하면 하이드로겔 형태의 코팅제가 만들어지며 세슘은 특수용액 속의 암모늄, 나트륨과 이온 교환돼 표면에서 제거되고 세슘 흡착제에 달라붙는다.

특수 장비 없이 일반적인 액체 분사장치로 분사·도포할 수 있어 광역 오염 지역에서도 쉽고 빠르게(분당 1.25㎡ 속도) 사용할 수 있다. 또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박리형 표면제염코팅제보다 제염 성능이 2배 이상 우수하며, 시멘트와 같은 다공성 표면에서도 57% 이상의 세슘을 제거했다.

특히 물 세척만으로 표면제염 코팅제의 특수 용액과 세슘 흡착제를 분리시키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를 통해 세슘 흡착제는 여과나 자석으로 선별 분리해 방사성 폐기물로 처분하고 나머지 용액은 일반 폐수로 처리 가능하기 때문에 방사성폐기물의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세슘 흡착제 대신 다른 핵종별 흡착제를 사용하면 세슘 외 다양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도 있다.

양희만 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 선임연구원(박사)은 “이번 연구결과는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 시에도 오염된 건물의 제염을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며 “액체나 물로 쉽게 다루고 방사성폐기물 발생량을 줄여서 현장 활용성을 높인 만큼 실제 오염 현장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 이전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원자력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지난 2월과 7월 국내와 일본에서 각각 특허등록을 마치고 미국에서도 특허등록 심사가 진행 중이다. 연구결과는 지난 7월 화학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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