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 부유층 1%, 하위 50% 보다 CO2 배출량 2배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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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부유층 1%, 하위 50% 보다 CO2 배출량 2배 높아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0.09.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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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팜, 보고서 통해 극심한 탄소 불평등 및 기후위기 경고
부유층 탄소 배출 억제로 마련한 자금 저탄소 부문 투자해야
[사진 제공=옥스팜]
[사진 제공=옥스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25년 동안 전 세계 인구 중 최상위 부유층 1%가 하위 50% 대비 2배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기후위기 등 글로벌 위기상황을 논의하는 유엔총회에 맞춰 지난 21일 발표한 보고서 ‘탄소 불평등에 직면하다(Confronting Carbon Inequality)’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옥스팜과 스톡홀름 환경연구소가 함께 발간한 이번 보고서는 대기에 추가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2배가 됐던 1990년부터 2015년까지 25년간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1850~1989년 전 세계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753Gt이었고 1990~2015년에는 722Gt이었다. 불과 25년 만에 140여년간 배출한 것과 거의 동일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더해진 것이다. 1Gt은 10억t에 해당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5년간 전 세계 평균 인구 약 63억명을 기준으로 가장 부유한 10%에 해당하는 약 6억 3000만명이 누적 탄소 배출량의 절반이 넘는 52%를 차지했다. 최상위 1% 부자는 무려 15%를 차지했는데, 이는 유럽연합(EU) 모든 구성원들의 배출량보다 많으며 하위 50% 극빈층이 배출하는 양 7%의 2배 이상에 달했다.

이 기간 동안 상위 10% 부유층은 전 세계인이 사용할 수 있는 ‘섭씨 1.5도 탄소예산(1.5C Carbon budget)’의 3분의 1을 낭비했다. 이에 반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극빈층은 4%를 소비하는 데 그쳤다. 탄소예산은 지구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전 세계가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남은 양을 의미한다. 2015년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에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이 섭씨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최상위 부유층 1%의 총 탄소 배출량 증가치는 19%로 하위 50% 빈곤층의 3배보다 많았다.

옥스팜의 기후정책 책임자이자 이번 보고서의 저자인 팀 고어는 “부유한 소수의 과잉소비가 기후위기를 촉발하고 있지만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가난한 지역사회와 젊은이들”이라면서 “이 같은 극심한 탄소 불평등은 많은 정부가 수십 년 동안 지극히 불평등하고 탄소 집약적인 경제 성장을 추구한 것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가 지난 25년간 하위 50% 극빈층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옥스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가 지난 25년간 하위 50% 극빈층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옥스팜]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이 완화됨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배출량이 해마다 지속적으로 감소하지 않고 탄소 불평등을 간과한다면 탄소예산은 2030년에 완전히 고갈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지구 기온을 섭씨 1.5도 이상 높이지 않으려면 상위 10% 부유층의 1인당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 세계 연간 탄소 배출량을 현재의 3분의 1로 줄이는 것과 같다.

아울러 보고서는 정부가 부유층의 과도한 탄소 배출을 막는 동시에 가난하고 취약한 지역사회에 투자한다면 극심한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상위 10% 부유층이 육상 운송 관련 에너지의 45%를, 항공 관련 에너지의 4분의 3을 사용하고 있다. 교통수단은 오늘날 전 세계 배출량의 약 4 분의 1을 차지하며, SUV는 2010년과 2018년 사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 증가의 두 번째 큰 원인이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팀 고어는 “불평등하고 구시대적인 코로나19 이전의 경제를 단순히 재부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부는 이 기회를 통해 경제를 재편하고 우리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내일을 설계해야 한다”며 “SUV, 잦은 비행과 같은 고급 탄소에 대한 세금부과와 금지 조치를 통해 부유층의 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일자리 창출과 빈곤퇴치를 위한 공공서비스 확대와 저탄소 부문에 투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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