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베트남 석탄화력 예정대로”…“기후변화 대응 역행” 비판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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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베트남 석탄화력 예정대로”…“기후변화 대응 역행” 비판 거세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0.10.07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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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서 ‘붕앙2 사업’ 투자 결의…1200MW급 발전소 2025년 완공
환경단체 “온실가스 배출량 수억t 달해…한국 기후악당 오명 쓸 것”
與 “국내서는 탈석탄 추진하면서 해외 석탄발전 건설 모습은 모순”
한전 본사 전경.
한전 본사 전경.

한국전력이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 발전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한다. 국내외 환경단체와 투자기관, 정치권 등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사업 타당성을 이유로 강행을 택한 것인데, 향후에도 찬반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5일 오후 화상으로 진행한 임시 이사회에서 베트남 붕앙2 사업 투자 안건을 의결했다. 이 사업은 총 사업비 22억 달러(약 2조 6000억원)를 투입해 베트남 하띤성 지역에 1200MW(600MW×2)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한전은 일본 미쓰비시와 발전소 지분을 각각 40%씩 인수해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참여한다. 설계·조달·시공(EPC)은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맡는다. 한전은 연내 사업계약과 금융계약을 체결해 내년 중 착공에 들어가 4년 뒤인 2025년 1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전은 투자계획을 확정지은만큼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지만 환경단체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린피스와 기후솔루션,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4개 환경단체는 “붕앙2 석탄화력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수억t에 이를 것”이라면서 “한국이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녹색연합은 이날 추가로 성명서 발표를 통해 “기후위기의 현실과 눈앞에 뻔히 보이는 사업적 손실을 무시한 채 해외 석탄발전사업 투자를 계속하는 한전의 무책임한 행태에 깊은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며 날선 비판을 내놨다.

여당 의원들도 한전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성토의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경기 의왕·과천)과 양이원영 의원(비례대표)은 5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전의 붕앙2 석탄발전 사업 투자는 환경적으로 나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어리석은 결정”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두 의원은 “국내에서는 미세먼지 등 국민건강과 에너지전환 정책, 그린뉴딜로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면서 해외에는 석탄발전소를 건설하는 모습은 이중적이고 모순”이라며 “이번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 사업 투자 결정은 우리나라가 기후악당임을 스스로 자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660만t, 30년 동안 2억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정부가 그린뉴딜 추진으로 2025년까지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온실가스 1229만t의 16배가 넘는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이날 그린피스와 함께 우리나라 공공기관 등에서 투자한 해외석탄발전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분석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하는 202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투자한 해외 석탄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약 1억 7800만t으로 네덜란드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과 맞먹으며, 전체 발전소가 폐쇄되는 2063년까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45억 9000만t으로 EU 28개 회원국이 1년 간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오른쪽)과 양이원영 의원이 5일 국회에서 한전의 베트남 발전 사업 투자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오른쪽)과 양이원영 의원이 5일 국회에서 한전의 베트남 발전 사업 투자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경제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KDI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한전에 950억원 상당의 손실을 안겨줄 것으로 분석했다. 당초 이 사업은 일본 미쓰비시와 홍콩 중화전력공사(CLP)가 각각 40%씩, 일본 츄고쿠전력이 20% 지분으로 참여하면서 추진됐다. 하지만 시공사인 제너럴일렉트릭(GE)과 대출기관인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등 유수의 기업이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 하에 투자를 철회했고 CLP 역시 ‘탈탄소 정책’을 발표하면서 재무적 위험성을 이유로 손을 뗐으나 사업을 주도해온 미쓰비시의 제안에 따라 한전이 CLP 보유 지분 40%를 사들이면서 좌초위기를 면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의 블랙록은 최근 한전에 베트남 붕앙2 사업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했으며, 영국 최대 연기금 운용사인 영국의 리걸앤드제너럴 그룹과 노르웨이 연금회사 KLP, 핀란드의 노르디아은행 등은 삼성물산에 “평판 리스크와 기후 관련 리스크를 줄 수 있다”며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초초임계압 기술로 발전소를 건설하고 자체 친환경 설비를 추가 설치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수익성과 관련해선 “베트남 전력공사와 25년 장기전력판매 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기후위기 대응과 탈석탄 기조에 맞지 않는다는 거센 비판 속에서도 앞서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사업에 이어 베트남 붕앙2 사업 추진을 확정했지만 향후 추가로 해외 석탄화력 프로젝트 투자에 적극 나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국내에서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정치권에서 ‘해외석탄발전금지 4법’을 논의하는 등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는 움직임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K-뉴딜위원회’ 소속 김성환·우원식·민형배·이소영 의원은 국내 공공기관과 공적 금융의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방안을 담은 ‘해외석탄발전투자금지법 4법(한국전력공사법·한국수출입은행법·한국산업은행법·무역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한전과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의 사업 범위에서 해외 석탄발전의 수행 또는 자금지원을 제외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국회 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사업과 베트남 붕앙2 사업 등 예정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은 일정에 맞춰 추진하겠다”며 한전에 힘을 실어줬으나 “앞으로는 상대국의 요청이 있고 상대국의 환경 개선과 관련 생태계에 기여하는 등 지금보다 대폭 강화된 여건 하에서 공기업들의 해외 발전 사업 진출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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