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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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0.10.2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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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전망단가 실제 판매단가보다 5.68원 낮아
보정 없이 그대로 적용해 전기판매수익 낮게 산정
산업부 공무원, 월성 1호기 자료 삭제 등 감사 방해
조기폐쇄 의결 한수원 이사들, 배임으로 보긴 어려워
월성원전 1호기.
월성원전 1호기.

감사원은 한수원 이사회가 2018년 6월 15일 월성원전 1호기의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조기폐쇄를 결정한 것과 관련, 타당성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결과 “즉시 가동 중단 대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20일 발표했다. 국회가 지난해 9월 30일 감사를 요구한 지 385일 만이자 올해 2월 말 법정 감사 시한을 넘긴 지 233일 만이다. 감사원은 다만 이번 감사가 경제성 평가 위주로 이뤄졌으며,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이나 지역수용성 등을 고려한 것이라 그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한수원 경제성 저평가 모른척 = 한수원 이사회는 계속가동보다 조기폐쇄가 이익이라는 삼덕회계법인의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내렸다.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서 계속가동 시 수익성 산출 지표인 이용률과 판매단가가 제대로 산정됐는지 살폈다.

삼덕회계법인은 2018년 5월 4일 한수원에 향후 4.4년간 월성1호기 (평균)이용률 85%를 적용한 경제성 평가결과(재무모델)를 제시했고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와 면담 및 한수원과 회의 후 이용률을 70%로 변경했다. 또 산업부 및 한수원과 회의를 통해 2018년 5월 11에는 이용률을 70%에서 60%로 낮췄고 같은 달 18일에는 낙관(80%), 중립(60%), 비관(40%) 시나리오를 설정해 분석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에 적용된 이용률 60%는 최근 강화된 규제환경과 이로 인한 전체 원전 이용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 시나리오별로 분석결과를 제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적정한 추정 범위를 벗어나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판매단가와 관련해선 경제성 평가에 적용된 2017년 한수원 전망단가(55.08원/kWh)가 같은 해 실제 판매단가(60.76원/kWh)보다 9.3%(5.68원/kWh) 낮아 계속가동 시 전기판매수익이 낮게 산출됐다고 판단했다.

한수원과 산업부는 2018년 5월 11일 삼육회계법인에 판매단가는 전년도 판매단가가 아닌 한수원 전망단가를 적용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삼덕회계법인은 한수원 전망단가를 적용해 경제성을 평가했다. 판매단가는 전년도 판매단가와 한수원 전망단가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한수원 전망단가는 단가 산정에 적용된 한수원 산정 이용률이 실제보다 높아 판매단가는 실제보다 낮게 산정되는 경향이 있다.

한수원은 전기판매량 산정 시 담당 부서가 산정한 월성 1호기 이용률 85%를 맞춰 60%로 적용하면서 판매단가를 산정할 때는 전체 원전 이용률 84%를 낮추지 않고 적용했다. 이에 따라 실제 경제성 평가 시 적용된 한수원 전망단가의 경우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됨에도 삼육회계법인은 이를 보정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계속가동의 경제성(전기판매수익)을 낮게 산정했다. 이외에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에 따라 감소되는 월성본부나 월성 1발전소의 인건비 및 수선비 등을 적정치보다 과다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감사원은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월성 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원전의 계속가동 평가기준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며, 제도 보완을 요구했다. 경제성 평가 시 판매단가와 이용률, 인건비, 수선비 등 입력변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평가 결과에 많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원전 24기 중 10기가 향후 10년 내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등 원전의 설계수명 만료 이후 계속가동 여부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향후 원전 계속가동과 관련된 경제성 평가에서 합리적인 평가기준을 설정하는 등 경제성 평가결과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조기폐쇄 결정 유도 = 감사원은 월성 1호기 경제성이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결론지으면서 그 과정에 개입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해 ‘인사자료 통보’ 조치를 내렸다. 경제성 평가 이전부터 가동중단 방침을 정하고 평과 과정에 관여해 잘못된 경제성 평가를 방치했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에 따르면 백 전 장관은 2018년 4월 4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 결과 등이 나오기 전이다. 산업부 직원들은 이러한 방침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수원이 즉시 가동중단 하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했다.

감사원은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도록 평가과정에 관여해 경제성 평가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다”며 “백 전 장관은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내버려 뒀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백 전 장관의 비위 행위에 대해 엄중한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지만 이미 퇴직했기 때문에 인사혁신처에 비위 내용을 통보해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또 산업부 국장과 부하직원이 지난해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같은 해 12월 실제로 삭제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들에 대해 경징계 이상의 징계 처분을 내리라고 산업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한수원과 관련해서는 삼덕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용역 진행과정에서 즉시 가동중단 및 계속가동 방안 외 폐쇄시기에 대한 다른 대안(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 시까지 가동하는 방안 등)은 검토하지 않았고 정재훈 사장도 폐쇄시기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 이사회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시기와 관련해 즉시 가동중단 외 다른 대안은 검토하지 못하고 심의·의결했다.

감사원은 “한수원은 2018년 5월 10일 정재훈 사장 주재 긴급 임원 회의에서 ‘판매 단가 등 입력변수를 수정해야 한다’는 부사장의 주장이 합리적인지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받아들여 이를 삼덕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고 하루 뒤인 11일에는 직원들이 삼덕회계법인에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예측되는 한수원 전망단가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했는데, 정 사장은 이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 관리·감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그러나 한수원 이사들의 경제성 평가 과정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검토 결과 한수원 이사들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결로 △이사 본인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한 사실은 인정되지 않고 △본인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한수원에 재산상 손해를 가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감사원은 정재훈 사장에게 ‘엄중 주의’를 요구하고 산업부 장관과 협의를 통해 향후 원전 계속가동 등과 관련된 경제성 평가 등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통보했다.

한수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원칙적으로 수용하며, 감사원에서 지적한 ‘원전 계속운전 등과 관련한 경제성 평가 관련 지침 마련’에 대해서는 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 및 검토를 통해 성실히 후속조치를 이행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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