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현장]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놓고 '고성·삿대질' 오간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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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현장]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놓고 '고성·삿대질' 오간 여야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0.10.2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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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정부, 경제성 평가 관여…청와대 초갑질 파헤칠 것”
여당 “야당, 박근혜 정부 때와 상반된 모습…내로남불”
성윤모 장관 “경제성 조작 하지 않아…자료 삭제는 유감”
정재훈 한수원 사장 “월성 1호기 재가동 법적으로 어렵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성윤모 장관이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성윤모 장관이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2일 산업부 종합국감에서는월성 1호기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에 관여했다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성 장관은 “경제성 조작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문제가 탈원전 정쟁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자근 국민의 힘 의원은 이날 “산업부에서 삼덕회계법인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의뢰하면서 비현실적 가정을 적용해 경제성을 저평가하도록 압박했다. 오죽하면 회계법인 담당자가 합리적인 평가가 아닌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맞추기 위한 작업인 것 같아 씁쓸하다는 고백을 했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월성 1호기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원 결과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 경제성 평가가 잘못됐음에도 산업부에서 월성 1호기에 조기폐쇄에 대한 재검토를 하지 않을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성 장관은 “(조기폐쇄에 대한) 재검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월성 1호기 재가동에 대한 입장을 묻는 구 의원의 물음에 “현행 법령상 영구정지가 된 발전소에 대해 재가동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에 정부와 협의 없이 사업자인 한수원이 단독으로 재가동을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성 장관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경제성 평가 변수 선정에 있어 기술적 검토가 미흡했다는 지적으로 보고 있으며, 경제성 평가 자체를 부정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자체가 부당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성 장관은 또 산업부 공무원들이 감사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자료를 삭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유 여야를 막론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조직적인 폐기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도 감사원 감사 결과를 언급하며, 성 장관을 압박했다. 권 의원은 “감사원이 조기폐쇄 과정에서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했다고 결론 내렸는데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성 장관은 “(경제성 평가는) 여러 방법과 변수에 따라 달라지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며 “적정한 절차와 규정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부가 조작 과정에 관여했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냐”는 질문에는 “조작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권 의원이 “직원들에 대한 적극행정 면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는데, 밤에 사무실 들어가서 444건의 서류를 폐기하고 증거 인멸한 것이 적극행정인가”라고 지적하자 성 장관은 “직원들의 그런 행위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문서 삭제 행위는 올바르지 않았다”면서 “다만 자료 폐기와 적극 행정은 다른 부분에서 이야기 한 것이다. 문서폐기를 적극행정으로 보진 않는다.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진행했던 적극행정이 감사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장관은 또 권 의원이 “가압중수로형인 월성 1호기에서 질 좋은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 혹시나 한국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하자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 결과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타당성을 따지지 않은 만큼 정쟁을 중단하자”고 주장하면서도 “야당이 박근혜 정부 때와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신영대 의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판단이 아니다. 이제는 사회적으로 논쟁을 끝내고 에너지전환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성 장관은 “(에너지전환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의원은 월성 1호기의 안전성을 지적하면서 노후 원전 폐쇄는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월성 1호기는 대표적인 가압중수로 발전소로 특히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때문에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최신안전기준을 적용해야한다는 제조사 규정이 있다. 그러나 최신안전기준을 무시하고 수명연장을 시도하다가 2017년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수명연장 허가처분 취소 판결을 받았다.

김 의원은 “월성 1호기는 안전성 문제로 ‘수명연장을 해서는 안된다’는 법원 판결까지 받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발전소”라며 “내진설계도 되어 있지 않고 최신안전기준을 적용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전 폐쇄에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월성 1호기는 5925억원을 들여 수명연장을 준비했는데도 내진 관련 최신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지진에 따른 위험성이 최고”라면서 “법원마저 안전성에 의문을 갖고 수명연장에 제동을 걸었는데, 원전폐쇄 여부를 단순히 비용문제로만 접근하기 전에 법원 판결문을 한 번 읽어보는 게 좋겠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감사원의 경제성 지적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감사원 감사가 경제성을 평가했다고 하지만 경제성 평가는 사전 집행된 원전수리비용이나 사회적 피해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지 단순히 발전비용만을 평가하는 건 월성 1호기의 재무 분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수명연장을 위해 5925억원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가동중단 전까지 10년간 연평균 103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또 “박근혜 정부가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결정했을 때 ‘노후 원전은 핵폭탄’이고 ‘고리 1호기뿐만 아니라 월성 1호기도 폐쇄하라’던 야당이 이제는 ‘월성 1호기 폐쇄는 대국민 기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기후위기대응을 위해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원전의 질서 있는 후퇴’와 에너지전환을 위해 여야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자”고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했다.

고민정 의원도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고리원전 1호기 폐쇄 때도 경제성과 안전성, 국민수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구정지를 권고했다고 나와 있다”면서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되는 이유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이소영 의원은 “월성 1호기는 2017년 행정법원 1심 판결에서 수명 연장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기에 폐쇄 결정이 당연한 것”이라며 “계속 가동하기 위해서는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기 투자된 5600억원을 제외하고 수조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일 노형인 캐나다 젠틸리 2호기의 경우 계속운전에 4조원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듣고 포기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어 “월성 1호기는 잦은 고장과 수리 등으로 인해 매년 1000억원의 적자가 나던 상황이었다. 아예 가동을 하지 않았던 2개년을 제외하고 8년간 누적 적자가 8000억원이 넘는데, 이런 원전을 경제성을 논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수명연장 이후 갑자기 어떻게 흑자가 나겠나. 계속운전을 하는 것이 배임이고 즉시 중단을 하지 않는 게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또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안전성과 유리된 경제성 평가는 무의미하다. 안전성을 어느 정도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제성이 달라진다”며 “경제성 평가는 국가 차원의 비용편익 분석이다. 사회적 비용과 편익이 누락됐음에도 감사원은 지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서는 원전 경제성 평가 표준지침이 존재하는데, 계속운전은 2007년 고리 1호기 수명연장부터 지금까지 규정이 부재하다”며 “이번 논란은 계속운전 시의 평가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여야 의원 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김정재 의원이 청와대 때문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이뤄진 것이냐는 취지의 질의를 하자 송갑석 민주당 의원이 반박에 나서며,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김 의원은 “385일간 진실을 밝히려는 자와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의 기나긴 싸움이 있었다. 아쉬운 것은 수많은 불법 참여자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지 않나 하는 점이다. 청와대의 초갑질과 산업부의 갑질이 있었다. 그들의 협박과 겁박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초라한 공기업 한수원이 있었다. 이들에게서 국민의 이익은 뒷전이고 대통령 말 한마디에 합리성, 객관성, 공명심도 내팽겨치는 공직사회의 슬픈 민낯을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 의원은 “이번 감사의 핵심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경제성 평가 적정성 여부고 안전성, 지역수용성 문제는 감사 대상이 아니었다”면서 “산업부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안전성, 지역수용성 문제에 대해 마치 면죄부를 받은 듯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추가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청와대 개입이 있었는지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가 얼마나 급진적으로 ‘묻지마’ 식으로 진행됐는지 진실을 파헤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산자중기위 여당 간사인 송갑석 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김 의원의 질의에 매우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송 의원은 “문 대통령, 청와대와 관계가 드러났다는 어떤 내용도 감사 보고서에 없었다”며 “그렇다면 그 관계를 밝히는 질의를 해야지 그렇게 근거도 없이 질의를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 나온 산업부 장·차관을 비롯한 인물들이 무슨 대단한 범죄자인가”라며 “그런 식의 질의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의원이 이학영 위원장에게 “동료 의원 질의에 딴지를 거는 것은 기본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고 송 의원은 “딴지가 아니라 의사진행 발언”이라고 받아쳤다. 이후 두 의원 간에는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고 다른 의원들까지 가세하며,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송 의원의 입에서는 “질의에도 금도가 있다”, 김 의원의 입에서는 “어디서 삿대질이냐” 등의 말이 나왔다.

결국 이 위원장은 당초 예정된 오전 감사 종료 시간보다 40분 빠른 11시 40분께 감사를 중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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