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유가 따라 달라져…‘연료비 연동제’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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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유가 따라 달라져…‘연료비 연동제’ 시행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0.12.1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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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한전, 17일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 확정·발표
내년 상반기 1조원 인하…유가 오르면 인상 불가피
기후·환경 비용 분리 고지…소비자들 인식 향상 기대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 축소 후 2022년 7월 폐지
이번 전기요금 체계 개편으로 내년 1월부터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되고 고지서에는 그동안 전력량 요금에 포함돼 있던 기후·환경관련 비용이 별도 항목으로 표시된다. 사진은 일반용(갑) 저압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한 일반음식점의 한 달치 요금 청구서.
이번 전기요금 체계 개편으로 내년 1월부터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되고 고지서에는 그동안 전력량 요금에 포함돼 있던 기후·환경관련 비용이 별도 항목으로 표시된다. 사진은 일반용(갑) 저압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한 일반음식점의 한 달치 요금 청구서.

내년 1월부터 유가에 따라 전기요금이 오르거나 내린다.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 가격을 전기요금에 주기적으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또 내년부터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환경 관련 비용이 ‘기후환경 요금’이란 별도 항목으로 분리 고지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친환경 정책 비용이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1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한전이 개편안을 반영한 전기공급 약관 변경(안)을 전날 산업부에 제출했고 이날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부가 인가를 완료했다.

◆원가변동 요인과 전기요금간 연계성 강화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유가 등 원가 변동분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고 2013년 이후 조정 없이 운영돼 와 가격신호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전기요금에 연료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해 매 분기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마다 전기요금에 반영키로 했다. 연료비 변동분은 ‘기준 연료비’에서 ‘실적 연료비’를 뺀 값이다. 기준 연료비는 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를, 실적 연료비는 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를 의미한다. 연료비는 관세청이 고시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유류의 무역 통관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되면 가격신호 기능이 강화되고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소비자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통한 합리적 전기소비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최근의 유가 하락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 1월 시행과 동시에 전기요금 인하 효과도 나타난다. 통상 유가와 연료비가 5∼6개월 시차를 두고 같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올 하반기 유가가 내년 상반기 실적연료비에 반영돼 1분기(1∼3월)에는 kWh당 3원, 2분기(4∼6월)에는 kWh당 5원이 내려간다. 월 평균 350kWh를 쓰는 주택용 4인 가구를 예로 들면 1분기에는 매달 1050원씩, 2분기에는 최대 1750원씩 전기요금이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일반용은 월 평균 9.2MWh 사용 시 1분기에는 매월 2만 8000원씩, 2분기에는 최대 4만 6000원씩 내려간다. 이렇게 되면 내년 상반기까지 약 1조원의 요금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 이후 연료비 조정요금은 향후 유가·환율 등의 변화에 따라 확정되나 주요 기관의 유가 전망치 감안 시 인하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를 종합하면 올 하반기 배럴당 42.7달러였던 유가는 내년 상반기 44.8달러, 하반기에는 48달러로 예측된다.

문제는 유가가 올랐을 때다. 유가가 지속 상승하면 연료비 조정요금이 인상돼 전기요금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급격한 요금 인상·인하 또는 빈번한 조정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선 조정범위에 제한을 뒀다. 기준연료비가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조정요금은 ±5원/kWh 범위 내에서 직전 요금대비 1회당 3원까지만 변동 가능하도록 했다. 또 분기별로 kWh당 1원 이내 변동 발생 시 요금 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단기간 내에 유가 급상승 등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정부가 요금 조정을 유보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내년 1월 적용 기후·환경 요금은 kWh당 총 5.3원

전력량 요금에 포함돼 있는 기후·환경관련 비용을 별도로 분리해 소비자에게 고지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한다. 기후·환경 요금은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 비용(RPS),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비용(ETS),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 시행 등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 비용을 포함하고 있다.

내년 1월 적용되는 기후·환경 요금은 kWh당 총 5.3원으로 전체 전기요금의 약 4.9% 수준이다. RPS가 kWh당 4.5원으로 가장 많고 ETS는 0.5원이다. 신규로 반영된 석탄발전 감축 비용은 0.3원이다.

월 5만 5000원(사용량 350kWh)의 전기요금을 내는 주택용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할 때 고지서에 찍히는 기후·환경 요금은 1855원이다. 119만원(사용량 9.2MWh)의 전기요금을 내는 산업·일반용의 경우 4만 8000원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처럼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전기요금에서 기후·환경 관련 요금을 분리 고지하면 관련 비용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에너지 전환에 따른 친환경에너지 확대에 대한 공감대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매년 전기요금 총괄원가에 따른 요금 조정요인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기후·환경비용 변동분도 포함해 조정 필요성과 수준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 적용시 주택용 전력사용량 350kWh를 기준으로 작성한 청구서 변경 예시. (자료=산업부)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 적용시 주택용 전력사용량 350kWh를 기준으로 작성한 청구서 변경 예시. (자료=산업부)

◆주택용 전기요금 손보고 재생에너지 할인 특례 정비

현재 월 200kWh 이하의 전력을 사용하는 가구에 대해 4000원씩 할인해주는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제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내년 7월부터는 할인액을 2000원으로 줄이고 2022년 7월에는 완전 폐지한다. 당초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됐지만 취지와 달리 그동안 중상위 소득 가구와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1∼2인 가구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현재 할인을 적용받는 약 81만 가구의 취약계층에는 혜택을 유지키로 했다. 총 할인액은 연간 139억원 규모다. 산업부와 한전은 할인제도를 신청하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한 사각지대를 발굴해 더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복지가구에 대한 정보를 한전과 보건복지부가 공유할 수 있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내년 4월부터 시행된다. 약 55만∼80만 가구가 대상이며, 월 8000원∼1만 6000원의 할인혜택을 받는다. 총 할인액은 연간 882억원 규모다.

필수사용공제 축소로 확보될 잔여 재원은 내년 한전 복지할인 대상 가구를 위한 고효율가전기기 구매 환급 지원 사업 등 에너지효율 향상과 신재생 접속설비 투자 등 기타 공익적 목적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산업·일반용 등 다른 용도에서 도입·운영 중인 계절별·시간대별 선택 요금제를 주택용 전기에도 도입한다. 계시별 요금제를 적용하려면 시간대별 사용량 측정이 가능한 AMI(주택용 지능형 전력계량시스템) 설치가 필수이기 때문에 보급률이 100%에 가까운 제주지역부터 내년 7월부터 우선 시행하고 단계적으로 적용지역 확대를 검토키로 했다. 현재 전국 AMI 보급률은 42.7%에 그치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전력사용패턴에 따라 누진제 또는 계시별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돼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누진제에 대한 불만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계시별 요금제를 선택한 가구는 시간대별 요금격차에 따라 수요를 이전하거나 절감할 유인이 발생함에 따라 계통피크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일몰되는 재생에너지 할인특례 제도는 내년 1월부터 정비한다.

일반용·산업용 사용자 중 자가용 신재생 설비를 설치해 자가소비로 절감되는 전기요금의 50%를 할인해주는 제도는 ‘자가용 신재생 할인제도’는 10kW 이하 설비(전체의 88.7%)는 3년 연장하고 10kW 초과 설비는 종료한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10kW 이하 설비는 소규모 신재생설비 보급 지속 확대와 피크수요 관리 강화 등을 위해 할인특례를 연장하지만 10kW를 초과하는 대규모 설비는 시장거래나 잉여전력 상계거래(현금정산), PPA(전력구매계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므로 일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ESS(에너지저장장치) ‘기본요금 1배 할인’ 특례는 계절별 지정 피크 시간대(3시간)에 방전 시 피크 감축량의 1.1∼1.34배를 할인해주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정부 권고에 따라 안전을 이유로 ESS 가동을 중단한 사업장은 ‘ESS 손실보전위원회’에서 추후 인정하는 기간 동안 기존 할인특례를 연장한다.

◆한전 경영효율화로 전기요금 인상 최소화

정부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함께 한전 및 전력그룹사의 경영혁신을 통해 전력공급 비용을 절감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연료비 등과는 달리 한전 및 전력그룹사가 내부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건비, 판매관리비, 설비투자비 등 전력공급 비용에 대한 연간 증가 상한선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해 발생하는 비용은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전력공급 비용 증가율을 매년 3% 이내로 관리해 약 7조∼8조원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방안이다. 단, 재생에너지 접속설비 및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투자는 위축되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또 전력공급비용을 핵심성과지표(KPI)로 설정해 내부 부서평가 등에 반영하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영혁신위원회’를 설치, 전력공급 비용 절감 노력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결과를 공개하도록 했다.

정부는 현재 연 1회 실시하는 전기요금 총괄원가 검증을 상시화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기요금 총괄원가 검증단’을 설치·운영해 검증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일 계획이다. 내년 1월까지 위원 위촉 및 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같은 해 6월 제출 예정인 ‘2021년도 전기요금 산정보고서’에 대한 검증 작업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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