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 파행 맞나…전문가그룹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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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 파행 맞나…전문가그룹 ‘보이콧’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0.01.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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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계 11명 “재검토 과정 부실…맹목적 공론화 폐기” 주장
유감 표명 재검토위 “자유로운 토론 보장…성숙함 보여라” 당부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전문가그룹에 참여한 시민사회계 인사들이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들은 맹목적인 공론화를 중단하라며 이날 탈퇴를 선언했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전문가그룹에 참여한 시민사회계 인사들이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들은 맹목적인 공론화를 중단하라며 이날 탈퇴를 선언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수립된 사용후핵연료관리정책 공론화 결과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기본계획 재검토를 위해 지난해 말 구성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의(이하 ‘재검토위’)가 위기를 맞았다. 재검토위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계 전문가 11명이 “재검토 과정이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중도 하차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재검토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과 김수진 충북대 특별연구위원,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과 지난 10일 국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맹목적 공론화를 폐기하라”며 탈퇴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재검토위가 지난해 11월 이후 34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검토그룹을 약 2개월간 운영해왔으나 사용후핵연료가 안고 있는 사회적 중량감과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겉핥기식 검토그룹 운영을 근거로 공론화를 밀어붙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검토그룹은 시작부터 운영 내용을 문제 삼은 전문가들이 탈퇴하는 등 10여명이 회의에 불참해왔고 나머지 20여명 중 절반에 가까운 11명이 이번에 추가 불참을 선언했다. 공동 행동에 참여한 재검토위 전문가는 구길모, 김수진, 김연민, 김종달, 박원재, 석광훈, 이정윤, 전의찬, 주영수, 조남진 등 11명이다.

김수진 충북대학교 특별연구위원은 이날 “불과 2개월의 요식적인 전문가검토그룹 회의결과를 근거로 공론화를 계획하고 있는데, 무엇을 공론화할지도 모르면서 전국공론화를 하겠다는 건 예산낭비이자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 연구소 소장은 “현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대하는 태도는 이미 해수유입과 방폐물 방사능데이터 측정오류 등 부실한 부지선정과 운영으로 시민들의 불안을 일으키는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의 시행착오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영국, 미국 등 해외 선진국들은 기존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이 관련 부처별로 방만하게 운영돼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는 반성 하에 독립적인 국가차원의 관리위원회를 설립하는 추세”라면서 “해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이러한 제도개혁의 결과물인데, 박근혜 정부나 현 정부 모두 방만한 관리체계를 방치한 채 공론화의 겉모양만 모방하면서 헛발질”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전문가검토그룹 참여 11인은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및 공론화추진에 대한 재검토그룹 참여전문가들의 우려와 입장’이란 제목의 공동입장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임시 자문기구인 재검토위로는 계약된 간이용역과제 일정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상황”이라며 “요식적인 재검토과정과 이를 근거로 한 공론화추진 계획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11인은 공동입장문에서 “수많은 전문 인력의 장기간 집중적 검토가 필요한 의제들에 대해 1주일 1회의 느슨한 자문회의식 진행과 간이 의견메모 취합은 심층적인 논의와 검증이 필요한 공론화결과와 기본계획의 재검토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날림’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산업부는 이처럼 요식적인 재검토절차를 근거로 무엇을 공론화해야하는지도 모른 채 맹목적인 공론화를 추진한고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공론화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작 시급한 과제는 공론화가 아니라 산업부, 과기정통부 등 부처별, 산하기관별로 이해에 따라 방만하게 운영되는 사용후핵연료 정책을 체계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국가 차원의 방폐물 관리위원회의 설립”이라며 “공론화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체계를 수립해 투명성과 건전성을 확보한 이후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재검토위는 이러한 시민사회계 전문가그룹의 주장에 반박하며, 유감을 표했다. 재검토위는 이날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국민 의견수렴 과정에 필요한 다양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33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치열한 토론을 진행 중”이라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토론을 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에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혀다.

이어 “앞으로도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성숙한 자세로 협조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재검토위는 이달 중으로 전문가 검토그룹 일정을 완료할 예정이며, 이를 근거로 올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전국공론화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민사회계 전문가그룹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공론화 작업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2016년 박근혜 정부 공론화위원회가 제출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권고안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기본계획(이하 고준위방폐물 기본계획)’은 2029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방폐물 처분부지 선정 등 집중형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의 건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위원 구성과 운영과정이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밟지 않았고 지역주민들과 충분한 대화 없이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현 정부는 고준위방폐물 기본계획에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2018년부터 재검토에 착수했고 지난해 5월 재검토위를 출범시켰다. 재검토위는 전국공론화 전 의견수렴 절차를 위해 지난해 11월 전문가 34명으로 검토그룹을 꾸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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