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다운 감전사’에 고개 숙인 한전, 재발 방지책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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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다운 감전사’에 고개 숙인 한전, 재발 방지책 내놔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2.01.0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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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선 접촉하는 ‘직접활선’ 공법 즉시 퇴출
추락 방지 위해 전주 직접 오르는 작업 금지
‘1공사 1안전담당자’ 제도로 현장 감시 강화
불법하도급 차단…‘인력·장비 실명제’ 도입
부적정 행위 업체 ‘원스트라이크 아웃’ 검토
정승일 사장 “현장관리, 효율 중심서 안전으로”
정승일 사장(왼쪽 세 번째)을 비롯한 한전 경영진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회의실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감전 사망사고 관련 대책 발표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정승일 사장(왼쪽 세 번째)을 비롯한 한전 경영진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회의실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감전 사망사고 관련 대책 발표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11월 여주지사 관내에서 혼자 전봇대에 올라 전기 연결 작업을 하다가 2만 2000V 고압 전류에 감전돼 숨진 협력업체 노동자 故 김다운씨 사망과 관련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전력 공급보다 안전을 우선시 하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작업자와 위험요인의 분리를 위해 전력선에 접촉하는 ‘직접활선’ 작업을 현장에서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또 공사 현장 1곳당 안전담당자 1명을 배치하고 불법하도급으로 적발된 업체는 공사 참여 기회를 박탈하는 등 협력업체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9일 한전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 한전아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협력업체 근로자의 감전 사망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이러한 내용의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전력설비의 계획·건설, 유지·보수 과정에서 무정전, 신속 복구 등 전기 사용자의 편의 증진을 최우선으로 하고 예산 측면에서 효율 중심의 관리를 추구한 결과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한전의 패러다임을 효율에서 안전으로 전면 개편해 회사 내 가용한 인적자원 및 예산 등 제반역량을 안전관리에 최대한 투입하고 전기공사 현장의 안전 환경 조성을 위한 실효적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감전·끼임·추락 등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치명적 3대 주요 재해에 대해 안전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작업을 시행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감전사고 예방을 위해 전기가 흐르는 전력선에 작업자가 직접 접촉하면서 작업하는 ‘직접활선’ 공법을 완전 퇴출한다. 2018년부터 감전 우려가 낮은 ‘간접활선(전력선 비접촉)’ 작업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현장의 약 30%는 여전히 직접활선 작업이 여전히 시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한전은 비용과 시간이 더 들고 전력 공급에 지장이 있더라도 감전의 우려를 없애기 위해 ‘정전 후 작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직접활선에 비해 안전한 간접활선 작업의 현장 적용률을 높이기 위해 현재 활용 중인 공법 9종 외에 내년까지 9종을 추가로 개발하기로 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이 9일 하청업체 노동자 감전 사망사고와 관련해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이 9일 하청업체 노동자 감전 사망사고와 관련해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끼임 사고 근절을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전기공사용 절연버킷(고소작업차) 차량의 밀림 사고 예방을 위해 ‘풋브레이크와 아웃트리거간 인터락(2인 1조로 운전수가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만 아웃트리거가 조작되도록 하는 장치)과 고임목’을 반드시 설치한 이후 작업에 투입키로 했다. 한전은 절연버킷에 대한 기계 성능 현장 확인 제도를 도입하고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고임목 설치 여부를 확인한 뒤 작업을 진행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추락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앞으로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오르는 작업을 전면 금지한다. 모든 배전공사 작업은 절연버킷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절연버킷이 진입하지 못하거나 전기공사업체의 장비수급 여건이 곤란한 경우에만 해당 사업소가 사전 안전조치를 검토·승인 후 제한적으로만 예외를 두기로 했다.

아울러 한전은 전국 4만 3695개소 철탑에 추락방지 장치를 설치하는 작업을 당초 계획보다 3년 앞당겨 내년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추락방지망 설치 위치를 철탑 최하단 암(Arm) 하부 10M로 즉시 조정하고 구조를 개선해 안전도를 높여가기로 했다.

한전은 또 전기공사 분야 협력업체에 대한 관리 체계도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 한전이 관리하고 있는 전력설비는 전주 973만기, 철탑 4만 3695기, 변전소 892개소 등이다. 매일 평균적으로 전국 약 1500개소에서 전력설비 건설과 유지보수 공사가 시행되는데, 연간 28만여 건에 이른다.

전기공사업법 제3조(전기공사의 제한 등)에 의하면 한전의 모든 전기공사(발전‧송전‧변전‧배전)는 면허를 가진 전기공사업체에서 하도록 돼 있으며, 예외적으로 한전은 재해 등 비상시 복구공사만 직접 시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전기공사업 참여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어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영세 소규모 전기공사업체가 급증했고 이로 인해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해 일부 현장에서는 표준공법 절차를 지키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현장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연 28만여 건의 공사 중 현재 도급 공사비 2000만원 이상이거나 간접활선 공사에만 상주 배치하고 있는 현장 감리원을 모든 전기공사에 두는 ‘1공사 1안전담당자’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업체들의 불법하도급 관행을 막기 위해 사전에 신고된 내용이 실제 공사 현장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인력·장비 실명제도’도 도입하고 이를 안전담당자가 전수 검사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불법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즉시 공사 중단(line-stop) 조치와 함께 해당 업체에 페널티를 부여하기로 했다. 무사고 달성, 안전의무 이행 우수 업체 등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전기공사업체간 직원 돌려쓰기, 불법하도급 등 부적정행위가 적발된 업체와 사업주에 대해서는 공사 참여기회를 박탈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을 정부와 협의할 방침이다.

이외에 협력업체의 자율안전관리 유도를 위해 안전 분야 교육을 강화하고 주요 3대 재해 예방을 위한 장비·공구 구입 시 비용을 지원하거나 직접 구매해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작업자가 무리한 작업량, 단독작업 등 부적절한 작업지시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도 전면 확대한다.

한전은 또 인력 재배치를 통해 전국 251개 사업소에 촘촘한 안전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올해 안전예산을 지난해 대비 2000억원 증가한 2조 5000억원으로 확대 편성해 안전설비 확충, 공법 안전성 강화, 안전기자재 구입 등에 중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전기공사업체 계약 관련 국가법령의 개정, 현장 안전관리비 현실화, 위험 요인의 물리적 제거를 위한 예산의 추가 확보 등을 국회, 정부, 이해단체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각종 안전 센서‧AI(인공지능)‧영상‧드론 운영‧로봇 공법 등도 개발해 전기공사 현장의 위해 요인을 근본적으로 줄여 나간다는 구상이다.

정 사장은 “전력설비와 전기공사의 안전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전기 공급 일정이 지연될 수 있고 위험한 작업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전기 선로를 차단해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등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러나 안전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는 원칙임을 전 임직원이 되새기면서 올해를 중대재해 퇴출 원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故 김다운씨 유족에게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진심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이면서 “작업자의 생명보호와 안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발생한 안전사고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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