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비용 부담 없이 불가능…전기요금 현실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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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비용 부담 없이 불가능…전기요금 현실화해야”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2.01.2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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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전기協 대담서 가격시그널 회복 중요성 강조
전기요금 동결은 미래 소비자 비용 전가 정책적 미스
연료비연동제·기후환경요금, ‘원가 적기반영’ 운영해야
지역별·계시별 요금제 도입으로 전력시장 효율화 필요
정부와 독립된 규제위원회 통해 요금 규제·감시해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선제 조건으로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고 연료비연동제와 기후환경요금은 원가의 적기 반영이라는 취지대로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비용 부담 발생이 불가피한만큼 가격시그널을 통한 에너지 효율 향상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대한전기협회가 25일 주관한 ‘신년 에너지 전망과 탄소중립 시대 전기요금 정책 방향’ 지면 대담에 참여한 국내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을 폈다. 대담에는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와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비용 부담 없는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면서 앞으로 전기요금 가격시그널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우선 유승훈 교수는 “탄소중립 이행결과는 기후위기 극복도 있지만 전기요금의 상승도 동반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관리 차원에서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하는 것은 전력판매자인 한전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탄소중립 이행이 어려워지고 전력산업 생태계 취약으로 이어져 전력공급 안정성 또한 저해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또 “전력생산원가 또는 도매전력가격이 소매전력가격과 연동돼야 하고 도매전력가격의 구성 핵심은 연료비와 기후환경비용으로 전기요금에 연동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홍종 교수는 전기요금 원가 반영을 위해 도입된 연료비연동제가 물가관리와 산업보호 차원 등 정책적 이유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연동제를 준칙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정부의 가격시그널 통제는 현재 소비자에서 미래 소비자로 비용을 전가하는 정책적 미스”라면서 “원료가격이 반영되지 않은 전기요금 동결은 현재 140조에 육박한 한전의 부채를 더욱 증가시켜 언젠가는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해 해결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전기협회가 주관한 '신년 에너지 전망과 탄소중립 시대 전기요금 정책 방향’ 지면 대담'에 패널로 참여한 조영탁 한밭대학교 교수(왼쪽부터)와 박호정 고려대학교 교수,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
대한전기협회가 주관한 '신년 에너지 전망과 탄소중립 시대 전기요금 정책 방향’ 지면 대담'에 패널로 참여한 조영탁 한밭대학교 교수(왼쪽부터)와 박호정 고려대학교 교수,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

전문가들은 현재 연료비연동제와 기후환경요금 반영 등을 뼈대로 한 ‘원가연계형 요금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조영탁 교수는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제가 공급 원가를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수급안정과 탄소중립을 위한 요금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원가연계형 요금제가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아 신뢰성에 문제가 있고 요금 변동폭이 연간 합산 kWh당 5원 내외로 제한돼 가격을 통해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시장 신호로서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여·야의 ‘대선 이후 요금 조정’과 ‘요금 동결’이란 선거공학적 개입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정부의 정치적 개입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시장구조의 제약 등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아울러 조 교수는 “원가연계형 요금제가 가격변동을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시장 신호의 성격도 있지만 사업자의 손실 발생을 사후적으로 방지하는 재무안전장치의 성격이 강하다”며 “연동제 취지에 맞게 운영하되 전력시장의 구조개혁을 위한 과도기 제도로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호정 교수는 기후환경요금을 통해 배출권과 RPS 비용의 일부가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제도적 장치는 있지만 앞으로 운영 과정에서 정부의 재량적 개입보다는 시장 준칙에 의거한 예측 가능한 제도로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강화한 EU와 미국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권의 탄소비용이 전기 소매요금에도 반영돼 최종 소비자의 저탄소 소비를 최적화한다”며 “탄소중립 정책 강화로 앞으로 국내외 배출권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며, 해당 배출권 비용이 발전사와 판매사, 소비자 간 적절하게 분담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담에서는 전력시장 개선 및 규제체계 운영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조홍종 교수는 “소비자의 합리적 전력사용을 이끌어내고 전력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전기요금의 가격시그널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유지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투자와 송배전망 확충 등을 통한 탄소중립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 교수는 “한전의 철저한 경영효율화를 전제로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시장에서 지역별 요금제, 계시별 요금제 등 다양한 가격 메커니즘 도입을 통한 전력시장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영탁 교수는 “한전과 다양한 사업자들이 판매시장에 진입해 전력요금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제고하고 정부와 독립적인 규제위원회를 통해 전력요금을 규제 및 감시하는 형태로 전력시장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또 “전력시장 및 산업에 민간 자본이 투입돼야 탄소중립 관련 신산업창출과 기술 혁신이 가능하다”며 “정부의 개입 축소와 전력시장 정상화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최적 입지와 전력 수요지간 불일치로 전력망에 큰 부담 요인이 되기 때문에 수요자와 공급자의 위치에 따른 지역별 전력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올해 국내외 에너지 시장 전망과 관련해선 수급 리스크와 ‘더블 그린플레이션(Double-Greenflation)’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호정 교수는 “지난해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조정되면서 가격 리스크는 해소될 여지가 있으나 코로나 장기화와 동유럽 정세 불안정으로 에너지 공급위기가 재현될 가능성과 이에 따른 유동성 축소와 금리인상으로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첫걸음을 뗀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감축과 더불어 다변화하는 에너지 시장과 거시경제를 동시에 고려하는 종합적인 경제정책으로 탈바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탁 교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은 수요 측면에서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대, 공급 측면에서 가스와 석탄 등이 정치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급등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 세계적으로 천연가스의 변동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어 가격변동과 물량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홍종 교수는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가격이 동시에 폭등하는 더블그린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며 “향후 10년간은 전력원가 상승 요인이 지뢰밭처럼 펼쳐져 제조업이 GDP에서 30%를 차지하는 에너지 다소비 경제구조인 우리나라는 더블그린플레이션에 가장 취약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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