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이 세계 세 번째로 개발된 대용량 양성자가속기를 활용해 방사성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
21일 원자력연구원은 양성자과학연구단 김계령 박사팀이 국내 최초로 ‘스트론튬-82(Sr-82)’을 생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루비듐-82(Rb-82) 발생기용 흡착컬럼(column)’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루비듐-82는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 진단에 유용한 방사성동위원소다. 하지만 방사성 붕괴로 물질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인 반감기가 75초로 매우 짧다. 이에 연구원은 양성자가속기로 루비듐-82의 모핵종(다른 성질 방사성동위원소로 바뀔 때 본래의 것을 지칭)이면서 반감기가 25.5일인 스트론튬-82를 만들었다.
의료 현장에서 루비듐-82를 직접 추출해 사용하려면 방사성동위원소 발생기(RI generator, 이하 발생기)가 필요하다. 발생기는 생리식염수를 주입하면 스트론튬-82가 붕괴하면서 루비듐-82가 생성되는 장치다. 연구원이 개발한 흡착컬럼은 발생기의 핵심부품으로 스트론튬-82를 흡착해 루비듐-82만 외부로 용출시킨다.
연구원은 자체 보유한 고에너지 선형 양성자가속기로 이번 연구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앞서 연구원은 2012년 100MeV(메가전자볼트)급 선형 양성자가속기를 구축한 뒤 2014년 표적조사용 빔라인시설, 지난해 분리정제용 핫셀을 추가 설치해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에 필요한 모든 기반을 갖췄다.
연구원은 이번에 생산한 스트론튬-82를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연구용으로 우선 공급해 해당 방사성동위원소의 전임상 성능을 동물실험으로 입증할 예정이다. 또 루비듐-82 발생기의 국산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박원석 원자력연구원장은 “국내 유일 선형 양성자가속기를 이용한 첫 방사성동위원소 개발이어서 더욱 뜻깊다”며 “앞으로 원자력의학원과의 협력을 강화해 의료계에서 안정적인 심장질환 진단이 가능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