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섭 전기위원장 “전력산업 전환기 규제 체계 개편…전력감독원 필요”

대한전기산업연합회 개최 ‘SETIC 2026’ 특별 강연서 밝혀 “정책·심의·감독 기능 분리해야…기술 중심 규제해야” 강조 “그리드 코드 고도화로 계통 운영 재정비하고 안정성 확보”

2026-06-24     윤우식 기자=부산
김창섭 기후에너지환경부 전기위원회 위원장이 24일 부산 동래구 호텔농심에서 열린 ‘SETIC(Sustainable Electric Technology International Conference, 전기설비기술기준워크숍) 2026’에서 ‘전력 규제의 과거와 미래 :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위한 전력 감독 체계 개편’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윤우식 기자)

김창섭 기후에너지환경부 전기위원회 위원장은 24일 “전력산업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 성장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고 시장 제도 개편을 넘어 계통 운영 기술이 바뀌는 전환기에 들어섰다”며 “기존의 정책·규제 체계로는 대응이 어려운 만큼 이제는 정책과 규제를 분리하고 전문성을 갖춘 독립적 전력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부산시 동래구 호텔농심에서 대한전기산업연합회 개최로 열린 ‘SETIC(Sustainable Electric Technology International Conference, 전기설비기술기준워크숍) 2026’에서 ‘전력 규제의 과거와 미래 :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위한 전력 감독 체계 개편’을 주제로 한 특별 강연을 통해서다.

김 위원장은 강연에서 “과거 전력산업 구조 개편 이후 발전사 분할과 시장 제도 변화는 있었지만 우리 전력산업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은 사실상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근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공공성과 공급 안정성이 다시 중요한 정책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발전공기업 통합 논의와 함께 전력산업의 새로운 운영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현 정부 들어 에너지 정책의 중심축이 산업정책에서 기후·에너지 정책으로 이동하면서 재생에너지를 주력 전원으로 육성하는 방향이 명확해지고 정책 기능과 규제 기능을 다시 분리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전기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전력감독원을 설치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전기위원회가 인허가와 분쟁 조정, 전력시장 규칙 심의 등 광범위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술적 전문성을 뒷받침할 상설 조직은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책은 정부가 담당하고 전기위원회는 심의·의결 기능을 수행하며, 전력감독원이 기술적 판단과 시장감독을 맡는 형태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ESS의 자원 분류, 인버터 기술기준, 계통 운영 기준 등 복잡한 기술 현안은 행정적 판단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기술적 복잡성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며 “누군가는 엔지니어링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준을 정하고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하며, 그 역할을 전력감독원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력감독원은 전력계통 운영 기준인 그리드 코드 제정과 기술기준 관리, 시장감독, 사업자 감독, 기술적 분쟁 조정 등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정식 도입까지는 약 1년 반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전력감독원 출범 전까지 전기위원회를 중심으로 규제 역량과 기술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현재 가장 취약한 그리드 코드(Grid Code) 전문 위원회를 꾸려 계통 운영 기준을 재정비하고 전력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기준을 단계적으로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력산업 최대 과제는 재생에너지 시대 계통 운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내놨다. 그는 “과거 전력계통은 대형 발전기의 회전관성에 의존하는 안정적인 교류(AC) 시스템이었지만 지금은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등 인버터 기반 자원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기존에는 송전망과 발전기 중심의 단순한 시스템이었다면 앞으로는 전력망 전체가 전력전자 기반으로 변화하는 만큼 기존 운영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간헐성과 계통 안정성 확보가 앞으로 전력산업의 가장 큰 기술적 과제가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시장 제도나 요금 체계 논의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엔지니어링 역량 확보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우리 엔지니어들이 이러한 변화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전력 정책이 효율성과 공공성,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앞으로도 계속 추진될 것이지만 에너지 안보와 계통 안정성 역시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며 “전력산업은 국민경제와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인 만큼 공공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 참여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해외 자본과 소규모 사업자가 증가하면서 규제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규제 체계를 통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전력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HVDC·MVDC·카르노배터리 등 최신 에너지 기술 동향 공유

2003년 ‘전기설비기술기준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열린 이래 올해 24회째를 맞은 SETIC은 전기설비 설치·검사 등 안전관리의 척도가 되는 기술기준의 주요 제·개정 내용과 국제표준 도입 현황, 신기술·신공법 개발 등을 공유하는 자리다. 2018년부터 국제화 기반을 조성하고 국내외 참가자를 확대하기 위해 SETIC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노용호 전기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날 개막식에서 노용호 전기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최근 전기산업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고 전기설비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전기설비기술기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이번 행사가 전기·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이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전기산업의 미래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기설비기술기준 유공자 표창 수여식에서는 △김준한 한국전력 부장 △백용선 서전 대표이사 △한인수 한국남동발전 차장 △라웅재 아콘텍 대표이사 △김용근 남부발전 과장 △김대웅 전기안전공사 차장 등 6명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3일간 국내 전기설비 안전성 향상을 도모하고 전기산업 분야 최신 기술 교류를 위한 각종 세미나가 마련됐다.

먼저 24일에는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을 고온 열에너지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전력으로 변환하는 비(非)전지형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ESS)인 ‘카르노배터리’를 다루는 세미나가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폐지 석탄화력발전소 인프라를 활용해 2029년까지 카르노배터리의 실증·통합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국책 R&D를 진행 중이다.

전기화재 예방 기술세마도 열려 아크차단기 시설기준 도입 방향과 전통시장 배·분전반 상시 감시시스템 기술 등이 소개됐다.

이튿날에는 시행 5년차를 맞은 KEC 현장 적용 안정화를 위한 전기·발전·신재생 분야 KEC 기술 세미나가 각각 진행돼 아크차단기 적용, 접지 기준 개정 등 최신 제·개정 사항을 공유한다.

‘MVDC(Medium-Voltage Direct Current)’ 개발 현황을 짚어보는 세미나도 마련됐다. MVDC는 고압 직류(≧100kV) 선로와 저압 직류(<1.5kV) 지선을 연결하는 직류 배전망이다. 수소연료전지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되는 직류를 그대로 전송할 수 있어 전력 전송 효율이 증대된다.

아울러 탄소중립 시대 에너지 저장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수력·양수발전의 국산화 전략을 확인할 수 있는 세미나와 석유화학 분야 최신 전기 기술을 공유하고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KEA 석유화학전기협의체 기술교류회와 친환경 전력인프라 구축을 위한 한국전기연구원 기술 세미나도 열린다.

마지막 날에는 전력계통·신재생·에너지안전 분야 기술을 공유하는 국가 에너지 사업 기술 동향 세미나가 예정돼 있다.

24일 열린 ‘SETIC(전기설비기술기준워크숍) 2026’ 개막식에서 (왼쪽 여섯 번째부터) 김성관 전기산업연합회 부회장, 노용호 전기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문희봉 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