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정전복구업무 이관은 위험의 외주화…즉시 철회하라”

배전저압단가협의회, 15일 단가계약 개정 추진 한전 규탄 집회 “중처법 피하려고 인력·경영난 겪는 영세업체에 작업 강요하나” “365일 24시간 대기에 고위험 복구 맡기면서 대기료는 수수료”

2026-09-16     윤우식 기자
전국배전저압단가협의회는 지난 15일 한전 나주 본사 앞에서 한전의 2027~2028년 단가계약 내 긴급정전복구업무 포함 방안에 반발하는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2027 단가계약 개정안 즉각 철회’, ‘위험의 외주화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전국배전저압단가협의회가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2027~2028년 배전공사 단가계약’에 저압정전복구업무를 포함하는 개정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개정안에는 한전 배전운영실이 70여년간 수행해 온 365일 24시간 정전감시와 긴급 출동, 초동 복구 업무를 저압단가 협력업체에 아웃소싱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협의회는 적정 인력과 장비, 비용, 안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위험 업무와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배전저압단가협의회와 한국전기공사협회 회원 500여명은 지난 15일 한전 나주 본사 앞에서 한전의 저압정전복구업무 이관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규탄 집회를 열었다.

협의회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현재 중소 전기공사 협력업체들이 극심한 인력난과 경영 악화로 고사 직전에 처해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365일 24시간 긴급 대응과 고위험 작업이 수반되는 긴급정전복구업무까지 협력업체에 떠넘기는 것은 현장 근로자의 안전을 완전히 외면하고 영세 업체의 경영 파탄을 강요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원청의 법적 책임과 고위험 부담을 영세 하청 업체에 고스란히 떠넘기는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라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또 “정전복구는 단순한 용역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생업을 지키는 골든타임”이라며 “한전이 직접 수행해 온 정전복구업무를 충분한 준비 없이 저압단가업체에 넘길 경우 출동 지연과 지시 혼선, 책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전감시와 초동 조치, 복구 판단 등 핵심적인 업무는 한전 배전운영실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 기존에 정전복구업무에 투입하는 직원 2400여명을 그대로 두고 외주화하는 것이 진정한 효율화인가”라고 반문했다.

협의회는 한전이 지급하는 정전감시 비용, 즉 대기료도 문제 삼았다. 협의회에 따르면 한전은 애초 2인 기준 하루 30만원의 대기료를 주는 방안을 내놨다가 지난 9일 상생협의체를 통해 20만원을 인상한 50만원을 협의회 측에 제시했다. 하지만 협의회는 해당 비용이 직접노무비가 반영된 공사비가 아닌 수수료 형태로 지급되는 만큼 현장의 실질적인 비용 부담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의회는 “365일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인력의 인건비와 야간 근무, 사회보험료, 퇴직급여 등 현실적인 비용이 반영돼야 한다”며 “대기료는 용역비이고 실제 복구공사는 공사비로 성격이 다른 만큼 반드시 분리해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현장의 인력난도 업무 이관에 대한 반발을 키우는 요인이다. 숙련된 배전전공은 단기간에 양성하기 어려운 데다 업계 전반적으로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365일 24시간 대기 체계를 추가로 요구할 경우 장시간 근로와 야간 근무 증가에 따른 산업재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게 협의회 측 입장이다.

협의회는 한전에 365일 24시간 긴급정전복구업무 외주화 철회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합리적인 품셈과 정전감시비용 책정, 한전 최고책임자와의 협력적 논의 지속 등 3대 핵심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동술 협의회장은 “한전의 2027~2028년 단가계약 내 긴급정전복구업무 포함 방안은 소규모 전기공사업체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협력사 현장 근로자를 사지로 내모는 행태이자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책임과 위험을 전가하는 갑질”이라며 “한전은 더 이상 준비도, 인력도, 적정 대가도 없이 국민과 현장의 안전을 실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이어 “정전감시와 초동 조치, 복구 판단은 한전 운영실이 직접 책임질 것과 시범 사업 자료 공개 및 검증 종료 전까지 전국 확대 중단, 현실적인 인력 기준 마련과 교대·예비 인력 확보, 대기료 현실화 및 대기료와 복구공사비 분리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8일 국회에 한전의 업무 이관 방침에 대한 개선을 요청한 협의회는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개정안이 철회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협의회는 정전복구업무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김남균 협의회 사무총장은 “정전복구업무를 피하려는 것이 아니다. 365일 24시간 전체 정전복구업무의 외주화에는 반대하지만 365일 주간 정전복구업무에 대해서는 한전과 최고책임자 차원의 협의를 진행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