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PL·BESS·AMI까지…전력산업 혁신과제 ‘실행 단계’ 진입
기후부·한전, 8개 포럼 성과 발표…제도·실증·사업화 추진
전력산업 현장에서 발굴된 혁신과제가 논의에 머물지 않고 예산 반영과 제도개선, 기술 실증 및 사업화 단계로 구체화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이 산·학·연·관 전문가들과 함께 5개월간 운영한 전력산업 전문 포럼을 통해 송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 데이터, 기후테크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실행 과제를 도출하면서다.
기후부와 한전은 17일 서울 한전 아트센터에서 ‘전력산업 산·학·연·관 전문 포럼 성과 발표회’를 열고 지난 4월부터 운영한 8개 전문 포럼의 주요 성과를 공유했다.
지난 17일 양측이 출범한 이번 포럼에는 산·학·연·관 전문가 116명이 참여했다. 산업계가 현장 아젠다를 발굴하고 학계와 연구계는 기술·제도적 타당성과 실증 가능성을 검토했으며, 정부와 공공기관이 이를 바탕으로 제도개선과 정책 반영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특히 현안 발굴부터 기술 검증, 정책 반영까지 이어지는 협업 체계를 구축하면서 짧은 기간에도 구체적인 실행 성과를 만들어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과는 송전망 건설 지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가상송전선로(VPL)’ 기술의 정책화다. VPL은 송전선로를 새롭게 건설하는 대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가상의 송전선로를 구성하고 기존 전력 설비의 송전 여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송전망 확충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기존 계통을 활용해 전력 혼잡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내년 기후부 예산 정부안에 VPL 관련 예산 24억원이 반영돼 본격 착수에 들어간다. 기후부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국가 설비계획에 VPL 사업을 담고 2030년까지 대규모 정부 지원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안정성 확보를 위한 ESS 기술 분야에서도 성과가 나왔다. 기후부와 한전은 송전망 중앙계약형 BESS에 적용할 그리드포밍(Grid-forming) 계통연계 기술기준을 마련했다. 그리드포밍은 ESS가 전력계통의 전압과 주파수 형성에 기여하도록 하는 기술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른 계통 안정성 확보에 활용될 수 있다. 내년부터 실제 전력계통에서 운전할 수 있도록 오는 11월까지 시험·검증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배전망 분야에서는 민간 ESS 활성화를 위한 기술기준 개정과 현장 실증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ESS 사업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전력시장 규칙 개선도 병행할 계획이다.
전력 데이터를 활용한 고객서비스와 신사업 분야에서도 제도개선이 이뤄진다. 신축 아파트의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지능형검침인프라) 데이터를 한전과 의무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민간 아파트 약 134만호의 계량 데이터를 계량데이터관리시스템(MDMS)과 연계하고 전력 데이커 기반 서비스 개발의 토대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기후부와 한전은 또 농·임업 부산물을 활용한 청정 바이오에너지 사업을 ‘커뮤니티 마이크로그리드형’ 모델로 구체화하고 이를 분산에너지 특화 지역 모델에 반영했다. 현재 서울과 해남 등 지방자치단체와 실제 적용 방안을 협의하고 있으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약 15억원 규모의 기후테크 신규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기후부와 한전은 각 전문 포럼과 함께 성과 발표회 이후에도 보완과 후속 실행이 필요한 과제는 완성도를 높여 실증·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짧은 기간에도 법·제도 개선과 기술 실증, 사업화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며 “앞으로도 기후부와 함께 산·학·연·관의 역량을 모아 전력산업 현안을 함께 풀어가는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