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전선업체 대한전선, 호반그룹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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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위 전선업체 대한전선, 호반그룹 품으로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1.03.2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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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IMM PE, 지분 40% 2520억원에 매각
전선업 진출 호반그룹 “건설·전선 시너지 기대”
대한전선 당진공장 전경.
대한전선 당진공장 전경.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2위 전선업체 대한전선이 호반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대한전선을 품에 안으며, 전선업에 진출한 호반그룹은 기존 주력 사업인 건설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토목·건축 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29일 대한전선 최대 주주인 국내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호반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호반산업과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거래 대상 주식은 IMM PE가 특수목적법인(SPC) 니케를 통해 보유한 대한전선의 발행 주식 40%로 주당 매각가액은 735원이며, 총 매매대금은 2520억원이다. 호반산업의 주식 취득 예정 확정 일자는 5월 31일이다.

IMM PE는 2015년 9월 채권단 관리 하에 있던 대한전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신주 발행가액 500원에 총 3000억원을 투입해 지분 71%를 확보, 최대 주주 지위를 얻었다. 이후 총 다섯 차례의 부분 매각을 통해 총 30.1%의 지분을 시장에 내놓으며, 40%를 보유해왔다.

IMM PE는 대한전선 투자 이후로 5년간 비핵심자산 정리를 통해 부채 비율을 낮추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초고압·고압(EHV/HV) 사업을 더욱 강화해왔다. 미국·유럽·오세아니아·아시아·중동 등 주요 시장에서 대형 수주를 따내며,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뤄냈고 HVDC와 해저케이블 등 신사업을 준비함으로써 투자 당시 설정했던 계획을 달성했다.

IMM PE는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대한전선의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려줄 뛰어난 경영능력과 풍부한 자금을 확보한 매수 후보를 물색해 왔으며, 지난 26일 진행된 매각 본 입찰에서 글로벌세아와 막판 경쟁을 벌인 호반그룹을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호반그룹은 가격과 성장 방안 제시에서 우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IMM PE 관계자는 “호반그룹은 국내 건설시장에서 경영능력이 검증된 전략적 투자자다. 충분한 재무적 역량은 향후 대한전선이 고성장 산업인 HVDC 및 해저케이블 등의 신사업으로의 본격적인 진출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가격적인 요소보다는 향후 대한전선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 호반그룹의 장점들을 포괄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수년 전부터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온 호반그룹은 대한전선 인수로 아파트 위주의 주택사업을 펼쳐왔던 건설 계열사 호반산업이 토목·건축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한전선이 보유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풍부한 사업 경험이 향후 해외 진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55년 고(故) 인송(仁松) 설경동 회장이 조선전선을 인수, 사명을 변경하며 설립한 대한전선은 그간 영욕의 세월을 거쳤다. 대한전선은 안정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2008년까지 무려 54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재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2000년대 초까지는 국내 전선업계 1위 자리도 수성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본업이 아닌 분야로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며,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결국 2013년 설경동 회장의 손자인 3대 설윤석 사장이 원활한 구조조정 진행을 위해 경영권 포기를 선언하며, 창업자 가문 시대가 58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이후 대한전선은 채권단 자율협약 아래 보유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 과정을 거친 끝에 2105년 IMM 프라이빗에쿼티에 인수됐다.

대한전선은 유럽 시장 수주 확대와 고압 케이블 위주의 고수익 제품 판매 확대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조 4483억원, 영업이익 515억원을 기록하며,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 실적을 냈다. 전선업계는 이번 매각을 통해 대한전선이 향후 계획된 사업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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