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SRF 열병합 시험가동 돌입에…한난·지자체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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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SRF 열병합 시험가동 돌입에…한난·지자체 정면충돌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1.05.3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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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난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소송 승소로 법적 정당성 확보”
나주시 “발전소 가동 강행, 공공 이익 반하는 무책임한 행동”
전남도 “법원 판결만으로 해결 어려워…새 협의체 구성해야”
신정훈 의원 “소송만능주의 반대, 기득권 내려놓고 협상하자”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전경.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전경.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광주전남혁신도시에 전기와 열원(온수) 공급을 위해 2802억원을 들여 건설한 나주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놓고 사업자 측과 지자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며, 발전소 가동의 법적 정당성을 손에 쥔 한난이 정상 운영을 위한 시험운전에 돌입하자 나주시가 강한 반발에 나섰고 전남도 역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6일 한난은 “발전소 미가동에 따른 손실로 인한 주주 불만과 손해배상청구 압력 등으로 가동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험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난은 나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사업개시신고 수리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달 15일 승소함으로써 발전소 가동의 법적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한난 관계자는 “지역주민의 환경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철저한 환경관리와 대기배출물질 수치의 투명한 공개를 약속하는 한편 지역사회 갈등 해소와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관계기관 등과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나주시는 현재 법원에서 ‘SRF 열병합발전소 사업개시신고 수리 거부 처분’에 관한 항소심을 앞둔 가운데 쓰레기 연료를 활용한 발전소 가동은 옳지 않다며 한난을 규탄했다. 나주시는 지난달 ‘사업개시신고 수리 거부처분을 취소’한 행정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해 광주고등법원에 항고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26일 나주 신도산단에 위치한 SRF 열병합발전소를 항의 방문해 지역사회와 주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가동 강행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시장은 “한난의 SRF 열병합발전소 가동 결정은 공기업으로써 공공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며 “한난은 발전소 가동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와 협의의 창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6일 나주 신도산단에 위치한 SRF 열병합발전소를 항의 방문한 강인규 나주시장(왼쪽 맨 위)이 발전소 가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6일 나주 신도산단에 위치한 SRF 열병합발전소를 항의 방문한 강인규 나주시장(왼쪽 맨 위)이 발전소 가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남도도 한난의 일방적인 발전소 가동은 문제가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에 환경부 등이 참여하는 새 협의체를 구성할 것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27일 한난에서 법원의 행정소송 1심 판결을 이유로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시작한 것에 대해 가동 중단을 촉구했다.

김 지사는 이날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가동에 따른 입장문을 통해 “여러 기관과 주민 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해 법원의 판결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전남도는 법원의 지난 1심 판결이 단지 ‘신고수리 거부’에 국한하고 추후 재판에서는 기존에 다투지 못한 다양한 쟁점에 대해 충분히 다툴 여지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나주시민들도 힘을 더하기 위해 소송에 ‘제3자 보조참여’로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한난의 일방적 가동으로 인해 기관 간 갈등과 시민사회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한 거버넌스 활동이 종료된 만큼 산업부에서 기관 간 소통하고 협의할 수 있는 새로운 협의체를 조속히 만들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렇게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나주가 지역구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소송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해당사자인 광주시와 나주시, 한난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협상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신 의원은 나주 열병합발전소 문제 해결을 위해 출범한 거버넌스가 22개월간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최종 합의를 내놓지 못한 것은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주장과 대중 정서에 편승해온 무책임한 결합이 불러온 결과라고 진단했다. 특히 한난이 나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적법성과 공익상의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한난의 손을 들어주면서 가동중단으로 인한 손실책임을 묻는 소송전과 발전소 가동을 둘러싼 물리적 충돌만 남아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신 의원은 “대안 없는 반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지난 4년간의 반대투쟁을 통해 이미 확인됐다”면서 “정치의 역할은 대안 없는 주장과 선동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 의원은 최근 강인규 나주시장, 이용섭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를 차례로 만나 양보와 타협을 통한 해결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이미 현행법을 근거로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고 이에 대한 손실을 공무원들이나 공공기관이 책임질 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마주 보며 달리는 기관차를 누군가는 멈춰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는 준공을 석 달 앞둔 2017년 9월 시험가동을 시작했으나 사용연료를 놓고 지역주민과 갈등을 겪으며, 본 가동에 차질이 빚어졌다. SRF는 단순 소각 또는 매립되는 폐기물 중 자원으로 이용할 가치가 있는 가연성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해 만든 연료제품이다. 발전소 가동 반대를 주장하는 지역주민들은 SRF 연소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대기환경 오염물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를 꾸려 강하게 반발했다. 한난은 “종량제 봉투에 들어있는 생활폐기물 중 불에 타는 것들만을 엄격히 선별해 가공 처리한 연료(SRF)를 사용해 쓰레기 소각장보다 친환경적인 시설”이라고 강조했지만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고착 상태에 빠진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가동 문제는 2018년 12월 한난과 산업부, 전라남도, 나주시, 나주쓰레기연료 사용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참여한 민관 협력 거버넌스가 구성되고 이듬해 1월부터 협의를 지속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나가는 듯 했으나 결국 손실보전에 대한 기관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해 11월 30일 활동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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