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폐기…尹 정부, 2030년 원전 비중 30% 이상 늘린다
상태바
‘탈원전’ 폐기…尹 정부, 2030년 원전 비중 30% 이상 늘린다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2.07.22 17: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하고 설계수명 도래 설비 계속운전
재생E 보급 목표 연말 재정립…사실상 ‘속도 조절’
석탄발전, 전력수급 상황 고려해 합리적 감축 유도
수소산업 세계 1등 목표…전주기 생태계 조기 완비
에너지 공급→수요효율화 중심으로 정책 전환 추진
공정 기반 전력시장 구축 및 전기요금 원가주의 확립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라 2017년 공사가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재개하고 2030년 국내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는 등 원전 확대 정책에 시동을 건다. 또 이전 정부에서 공을 들였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에 대해선 속도 조절을 통해 발전 비중을 낮추는 한편 탄소중립을 이유로 설 자리를 잃어가던 석탄화력발전은 탄력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30회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심의·의결했다. 이번에 공개된 에너지정책은 ‘에너지전환로드맵’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 원전의 단계적 감축을 명시한 이전 정부의 정책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언했던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한 것이다.

◆뒤집힌 ‘탈원전’…尹 정부서 원전 활용도 높아진다

정부는 새로 발표한 에너지정책에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담았다.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를 재정립 해 나간다는 목표로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발전원에서 27.4%(원전기수 24기, 설비용량 23.3GW)를 차지했던 원전의 비중을 2030년 30%(원전기수 28기, 설비용량 28.9GW)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는 이전 정부가 지난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을 발표하면서 2030년 원전 비중을 23.9%(원전기수 18기, 설비용량 20.4GW)까지 낮추려던 정책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원전 비중 확대에 나선 정부는 이전 정부 탈원전 정책의 상징으로 꼽혔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를 분명히 했다. 오는 12월 공개되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한울 3·4호기를 반영한 뒤 법령상 인허가 절차를 진행해 2025년 착공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설계분야 일감 120억원의 조기 집행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예정된 공기에 맞춰 적기에 준공할 수 있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신한울 1호기는 올해 하반기, 2호기는 내년 하반기 준공이 예정돼 있으며, 신고리 5·6호기는 각각 2024년 하반기, 2025년 하반기 공사가 마무리될 계획이다.

안정성 확보를 전제로 경제성과 에너지안보, 전력수급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노후원전의 계속운전도 추진한다. 정부는 노후원전의 가동 중단을 취소화하기 위해 계속운전 심사용 안전성평가보고서 제출시기를 설계수명 만료일 2∼5년 전에서 5∼10년 전으로 변경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에도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일감 조기 창출 등의 과정에서 적극행정 운영 규정을 활용하기로 했다. 또 2030년까지 10기 수출을 목표로 패키지 지원을 위한 범정부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신설해 체코, 폴란드 등 대상국별 맞춤형 수주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SMR(소형모듈원자로)에 4000억원을 투자해 독자 노형을 개발하고 2028년 표준설계 인가를 거쳐 2030년대 수출 시장에 진입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방안 실행도 본격화한다. 고준위방폐물 처분을 위해 관련 절차‧일정‧방식을 규정한 특별법을 마련하고 국무총리 산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전담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원전 내 한시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시설 확충도 추진하다.

◆2030년 30.2% 바라봤던 재생E, 20~25%로 하향 조정 전망

원전 확대에 힘을 실은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실현 가능성과 주민수용성 등을 감안해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정부에서 2030년 30.2%까지 높이겠다고 했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윤석열 정부의 새 에너지정책으로 인해 20~25%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국토의 효율적 활용 등을 고려해 태양광, 풍력(해상) 등 원별 적정 비중을 도출, 올 연말 수립할 예정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재정립하면서도 태양광과 풍력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별도로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태양광은 2026년까지 탠덤 셀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나선다. 탠덤 셀은 서로 다른 셀을 이중접합한 것으로 효율이 44.0%에 이른다. 태양광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탄소검증제’를 강화하고 건축물일체형태양광(BIPV) 상용화를 위한 R&D 지원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풍력은 2025년까지 설비용량 10MW급 터빈 개발·실증을 마치고 2027년에는 15MW급 터빈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IoT·빅데이터 기반의 해상풍력 운영관리(O&M) 서비스 산업 육성도 지원한다.

수소 산업은 세계 1위를 목표로 성장잠재력이 높은 5대 핵심 분야인 △수전해 △연료전지 △수소선박 △수소차 △수소터빈 및 고부가 소재·부품 등의 핵심기술 자립을 추진한다. 민관 합동 수소펀드를 조성해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R&D·시설투자 세액공제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수소산업 육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청정수소 기반의 ‘생산-유통-활용 전주기 생태계’를 조기에 완비한다.

석탄발전은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전력 수급상황·계통을 신중하게 고려해 무조건적인 퇴출이 아닌 합리적인 감축을 유도하고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전원은 기술 여건을 감안해 활용할 계획이다.

전원 믹스 변화를 수용하기 위한 전력망 적기 건설 및 재생에너지 발전증가에 따른 계통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고 전력망 효율적 재설계 및 첨단그리드 구축 작업도 병행한다.

정부는 또 튼튼한 자원·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해 자원안보특별법을 제정, 선제적‧종합적 자원 안보체계를 구축하고 전략비축 확대, 국제협력을 통한 수입선 다변화, 핵심광물(망간, 코발트 등) 재자원화 등 전 주기적 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기업의 자원 확보 기능 재정립 및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고 민간 해외자원개발 투자 활력 제고를 위한 지원도 추진한다.

시장원리에 기반한 에너지 수요 효율화와 시장구조 확립에도 나선다. 산업, 가정·건물, 수송 등 3대 부문 수요효율화 혁신을 통해 에너지 공급 중심에서 수요효율화 중심으로 정책 전환을 추진한다. 아울러 경쟁과 공정의 원리에 기반한 전력시장 구축 및 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원칙 확립하고 전력시장·요금 거버넌스의 독립성 강화 및 전기위원회 조직·인력 보강을 통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에너지바우처,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 개선 지원 등을 통해 에너지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복지정책도 강화한다. 또 자가용 재생에너지 사업 발굴, 주민 소통 강화, 재생에너지 이익 공유 확대 등을 통해 지역 단위 에너지 기반을 구축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에 내놓은 에너지정책이 차질 없이 이행되면 원전, 재생, 수소에너지의 조화를 통해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가 지난해 81.8%에서 2030년 60%대로 감소해 화석연료 수입이 지난해 대비 약 4000만TOE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또 에너지 신산업 창출과 수출산업화로 에너지혁신벤처기업이 2020년 2500개에서 2030년 5000개로 성장해 일자리 약 10만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절차의 준비 작업에 착수하는 등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올 연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내년 3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통해 에너지정책 방향을 구체화하고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