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르네상스, 필요성만으론 불가능…경쟁력·국민 지지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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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르네상스, 필요성만으론 불가능…경쟁력·국민 지지 갖춰야”
  • 경주=윤우식 기자
  • 승인 2022.08.3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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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공감토크 ‘원자력톡톡’ 개최…전문가들, 원자력계 소통·상생 강조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수급 불안정으로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가 강조되면서 원자력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다. 그러나 원자력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거나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그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29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국민공감토론 ‘원자력 톡톡(Talk Talk)’에 참석한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K-원전 르네상스’가 필요성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원자력이 ‘찬반(贊反)’ 프레임에 갇혀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자력계가 ‘소통’과 ‘상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2 국제원자력수출 및 안전콘펙스(NESCONFEX 2022)’ 부대 행사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김무환 포항공과대학교 총장이 좌장을 맡고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제35대 회장),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 한은옥 세계여성원자력전문인협회 집행위원, 백훈 국제언론인클럽 국제ESG위원장, 김병기 원자력국민연대 공동의장이 참석했다.

◆원자력, 타 에너지원 및 국민과 공생 노력 필요

백원필 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은 원자력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 지형과 인구 및 산업 여건에 적합한 수준으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한편 가스·석유·석탄 등 화석에너지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원자력 이용을 위해선 다른 분야와의 공생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백 수석부회장은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객관적인 데이터와 최상의 과학기술에 근거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에너지믹스를 도출하고 국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과의 공생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 공급, 일자리 창출, 수출 등을 통해 국가경제와 국민복지에 기여해온 원자력의 역할이 지속돼야 한다”며 “원전이 국가적인 역할과 더불어 주민경제와 생활과 직접 기여하는 공생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 수석부회장은 또 “지난 5년간의 탈원전 아픔을 교훈삼아 원자력 기술기반과 국민 지지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원자력계가 다른 에너지 분야,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산업으로 정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 설득 노력 부족…정책 호소 갈등관리 방식 바꿔야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은 원자력에 대한 갈등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되 적대적 갈등을 비적대적 갈등으로 전환하면서 문제 해결 뿐 아니라 관계 회복까지 고려하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정부는 원전이 갖는 효용성과 위험성 양가성을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한 채 전력 공급이란 현실만을 강조해왔고 일부 시민단체는 위험성만을 과도하게 확대하면서 현실의 문제가 아닌 이념의 무기로 활용했다”며 “이러한 관점과 태도가 적대적 갈등의 근원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양성과 차이, 도덕적 불일치가 일상이 돼버린 디지털 정보 사회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설명하고 호소하는 ‘갈등관리’ 방식은 원전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이어 “정부는 환경단체의 반대만 극복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친핵-탈핵이란 근대적 이원론을 극복해야 한다”며 “앞으로 균형 잡힌 정보 제공자이자 국민의 의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묻는 정책 질의자, 국론 분열을 예방하는 조정자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자력·방사능 공포 해소 위한 소통 강화해야

원자력과 방사능에 대한 공포는 과학적 판단의 근거와 소통 부족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은옥 세계여성원자력전문인협회 집행위원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에서 세슘과 요오드, 삼중수소, 라돈 등의 방사성 물질이 부정적인 방사능 루머에 사용되고 있다”며 “이런 방사능 공포는 탈원전 정책의 정서적 지지를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한 집행위원은 이어 “세슘과 요오드, 삼중수소, 라돈은 자연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존재하고 있고 누구든, 어디에서라도 측정하면 나오는 것임에도 일반인 대부분은 방사능 이슈에 대한 팩트가 무엇인지 여전히 혼돈된 정보 속에 살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방사능(선)의 부정적 루머를 막기 위한 국가 전략, 소통 허브, 정규 교육 과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 집행위원은 또 “방사능 공포는 일상생활, 건강, 개인의 문제와 연결해 모두가 걱정과 염려를 하게끔 프레임을 만들어낸다”며 “방사능 루머는 원자력 정책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이므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일반 국민의 눈높이로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급격한 에너지 정책 변화 따른 피해는 국민 몫

백훈 국제언론인클럽 국제ESG위원장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 우리나라에서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원자력발전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국가의 필수적인 기본 요소인 에너지(원전)에 대해 대통령 공약 수립 단계에서 더욱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 위원장은 “원전을 모두 없애기 위해서는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국민에 주는 경제적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검토해 국민들이 수용 가능할 경우 추진해야 한다”며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우수한 한국의 원전 생태계가 파괴되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탈원전 정책을 수립하게 된 배경과 과정,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겪게 된 갈등 및 피해 등을 검토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합리적인 길이 무엇인지, 원자력의 역할이 탄소중립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지 등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려 앞으로는 정책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위원장은 원자력계가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로 원전 이슈에 대해 객관적인 답을 찾아 국민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 등 주요 쟁점에 대한 국제적 관점과 국내의 현실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원전 해체, 방사성폐기물 및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지역사회, 전문기관, 반원자력 환경기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원전 계속운전, 찬반 아닌 탄소중립 달성 관점서 봐야

김병기 원자력국민연대 공동의장은 윤석열 정부의 첫 계속운전 원전이 될 고리 2호기(65만KW급, 가압경수로형)를 예로 들면서 원전이 탄소배출 및 미세먼지 저감과 전기요금을 안정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고리 2호기를 10년 더 돌리면 원전보다 4배 비싼 천연가스 발전량을 500억kWh 가까이 줄일 수 있어 국가적으로 10조원의 경제성을 갖는다”며 “우리 사회가 원전의 계속운전에 대한 소모적인 찬반논쟁을 과거처럼 반복하기보다는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세계적 과제인 탄소중립의 거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어 “지난 5년간 이어진 탈원전 고통 속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맥스터 추가 건설 추진 과정에서 국민들이 정치적 선동이나 불안감 조성에 휩쓸리지 않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신뢰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부분”이라며 “원자력업계가 앞으로 바람직한 국가 에너지 정책과 원자력산업의 발전을 위해 국민들과 더욱 소통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의장은 “나쁜 에너지 취급을 받던 원자력이 착한 에너지로 대접받는 에너지믹스가 구현되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개발도 확대돼 두 발전원이 함께 공생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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