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은 친환경’ 공식화…‘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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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은 친환경’ 공식화…‘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포함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2.09.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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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연구개발은 ‘녹색’, 원전 신규건설·계속운전 ‘전환’
2045년까지 신규건설·계속운전 허가 받은 원전 설비 대상
고준위 폐기물 처리 계획 필요…처분장 확보 연도 제시 안해
사고저항성핵연료 2031년부터 적용…EU 기준보다 6년 늦어
환경부 장관 “원전 포함 택소노미, 안전성·환경성 향상 촉진”
신한울 1·2호기 전경(왼쪽이 1호기).
신한울 1·2호기 전경(왼쪽이 1호기).

정부가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초안을 20일 공개했다. 유럽연합(EU)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면서 국내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확보 연도는 기본 계획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별도 제시하지 않았고 원전을 ‘녹색’으로 인정하는데 중요 요소가 됐던 사고저항성핵연료 적용 시기는 2031년으로 못 박았다.

환경부는 이날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을 ‘녹색부문’에, ‘원전 신규건설’과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은 ‘전환부문’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발표했다.

녹색분류체계는 세계 각국이 환경을 개선하는 재화·서비스를 생산하는 산업에 투자하는 녹색금융의 투자기준이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녹색부문과 전환부문으로 나뉜다. 녹색부문은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자원순환, 오염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등 6대 환경목표에 직접 기여하는 ‘진정한 녹색경제활동’을 의미하며, 전환부문은 ‘진정한 녹색경제활동은 아니지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활동을 한시적으로 인정한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69개 경제활동으로 구성된 ‘녹색분류체계 지침서(가이드라인)’를 발표한 바 있다. 재생에너지 등 탄소중립 및 환경개선에 필수적인 64개 경제활동은 녹색부문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 탄소중립으로 전환하기 위한 5개 경제활동은 전환부문에 각각 포함했지만 원전은 EU 등 국제동향과 국내 여건을 고려해 최종 포함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후 EU가 원전을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전력원이라고 보고 지난 7월 ‘EU 녹색분류체계’에 넣었고 이러한 국제 기조를 반영한 정부는 새 에너지정책 발표를 통해 원전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공언하면서 원전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포함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원전산업계는 이번에 원전이 녹색으로 추가되면서 향후 금융 조달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는 유럽연합 녹색분류체계를 참고하되 국내 여건을 감안하기 위해 학계, 전문가, 시민사회, 산업계 등으로 구성된 세부 협의체와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들어 이번 초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초안에 따르면 녹색부문에 추가된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 사업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차세대 원전, 핵융합 등 미래 원자력 기술과 사고저항성핵연료(ATF), 방사성폐기물관리 등 안전성 향상 기술이 포함됐다. 사고저항성핵연료 원전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했을 때 방사성 물질 누출을 최소화하거나 지연시켜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연료를 말한다.

전환부문에 반영된 원전 신규건설과 계속운전은 2045년까지 신규건설 허가 또는 계속운전 허가를 받은 설비를 대상으로 했는데, 환경피해 방지와 안전성 확보라는 전제조건을 갖추도록 했다.

조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과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 및 원전 해체비용을 보유하고 최신기술기준 적용(신규건설)과 전력 1kWh 생산 시 온실가스 배출량 이산화탄소 환산량 기준 100g 이하 등을 충족하도록 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는 ‘안전한 저장과 처분을 위한 문서화 된 세부계획이 존재하며, 계획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을 조건으로 달았다. 다만, 구체적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확보 연도는 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확정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존재하는 만큼 이번 초안에서 구체적인 연도 제시는 불필요하다”며 “정부 계획의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법률제정)을 조건에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는 부지선정 절차 착수 이후 20년 안에 중간저장시설을 마련하고 37년 내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이 담겼다. EU의 경우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가동을 위한 문서화된 세부 계획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는 초안에 사고저항성핵연료 사용과 관련한 조건도 넣었다. 원전 신규건설의 경우 사고저항성핵연료를 전면 적용해야 하고 계속운전은 2031년부터 이용하도록 했다. 2031년은 국내 연구개발 일정상 상용화가 가장 빠른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EU는 2025년부터 사고저항성핵연료 적용을 명시화했다.

환경부는 내달 6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대국민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 시민사회, 산업계, 관계부처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경제활동을 포함해 원전의 안전성과 환경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로운 활용을 통해 2050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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