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기술로 ‘반고체 배터리’ 대량 생산 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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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기술로 ‘반고체 배터리’ 대량 생산 길 열었다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3.07.0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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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硏 연구진, 전자빔 이용 ‘원팟’ 신기술 개발
폭발·화재 위험 적고 생산 단가 낮춰 상용화 속도↑
전자빔을 이용한 겔(반고체) 전해질 배터리 제조 모식도. 액체 전해질이 포함된 파우치형 배터리의 외부에서 전자빔을 조사 시(왼쪽) 전자빔에 의해 파우치 셀 내부의 전해질이 겔화돼 겔(반고체) 전해질 배터리가 만들어진다(오른쪽).
전자빔을 이용한 겔(반고체) 전해질 배터리 제조 모식도. 액체 전해질이 포함된 파우치형 배터리의 외부에서 전자빔을 조사 시(왼쪽) 전자빔에 의해 파우치 셀 내부의 전해질이 겔화돼 겔(반고체) 전해질 배터리가 만들어진다(오른쪽).

국내 연구진이 방사선 기술을 이용해 안전하고 경제적인 반고체 배터리 생산 공정을 개발에 성공했다. 전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치열한 차세대 배터리 산업에서 선도 주자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주한규) 최은영 박사팀이 전자빔을 이용해 반고체 배터리를 한 번에 대량 생산하는 ‘원팟(one-pot)’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박수진 교수팀, 전자빔 이용 신소재 전문 기업 제브(대표이사 하태성)와 산·학·연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다.

전기차나 휴대전화 등에 흔히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필수 에너지 저장 장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은 인화성 물질로 화재나 폭발의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액체를 포함하지 않는 배터리 개발 경쟁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차세대 이차전지인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이기 때문에 안전성은 높으나 이온전도도가 낮아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싼 가격 때문에 상용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액체와 고체 사이의 반고체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반고체와 같은 겔 타입의 전해질을 만들기 위해 화학 물질이나 열처리가 필요한데, 이들은 배터리 성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에 배터리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반고체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자빔을 이용하는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전자빔은 방사선의 일종으로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어 전자빔을 액체에 조사하면 액체가 반고체 형태로 변한다. 다만, 전자빔 이용 시 생산량 확대에 한계가 있고 전자빔 설비의 높은 가격으로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연구진은 전자빔 이용 기술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대량 생산을 위한 공정 개발에 주목했다. 먼저 전자빔을 조사할 때 배터리 내부 재료들이 받는 영향을 각각 분석해 최적의 조사선량을 도출했다. 기존 상용화된 액체 전해질의 파우치형 배터리를 쌓아 올려 최적화된 선량만큼 전자빔을 조사해 한 번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원팟(one-pot) 공정을 개발했다. 이 공정으로 기존 액체 전해질 배터리와 유사한 성능의 반고체 배터리를 한 번에 7개까지 생산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전자빔은 조사 시간이 수 분 이내로 짧아 컨베이어 벨트 방식으로 빠르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향후 이번 기술을 고용량 배터리 생산에 확대 적용하, 상용화를 위한 공정 최적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 성과가 담긴 논문은 화학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IF: 16.744))에 지난달 게재됐다.

주한규 원자력연구원장은 “이번 성과는 방사선의 무한한 응용 분야 중 하나”라며 “앞으로 차세대 배터리 제조 산업에서 대체 불가한 방사선 강점 기술의 활용도와 위상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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