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서도 작동하는 양자컴퓨터 실마리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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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서도 작동하는 양자컴퓨터 실마리 찾았다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3.08.2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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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얽힘 현상 구현 양자 소재 후보 물질 확인
원자력硏 김재훈 박사 등 국제 공동연구진 성과
김재욱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박사가 고품질의 터븀인듐산화물(TbInO3) 단결정을 합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레이저 부유 용융로를 점검하고 있다.
김재욱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박사가 고품질의 터븀인듐산화물(TbInO3) 단결정을 합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레이저 부유 용융로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상온에서도 대규모 양자 얽힘 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양자 소재 후보 물질을 찾아냈다.

23일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첨단양자소재연구실 김재욱 박사가 터븀인듐산화물(TbInO3)이 양자컴퓨터 소자 등에 쓰일 수 있는 양자스핀액상(QSL) 물질이 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이번 성과는 김재훈·최영재 연세대 교수, 문은국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정상욱 미국 럿거스대 교수, 김범현 KAIST 부설 고등과학원 박사 등과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고유 특성인 중첩과 얽힘을 이용해 한 번에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특정 문제에 대해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수백만 배 이상 빠르게 풀 수 있어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 기술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과학계에선 양자역학적 중첩과 얽힘 현상 구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온도 변화와 불순물, 외부 전자기장 등 미세한 자극에도 다양한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취약한 양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만들려면 영하 273.15도(절대 0도)에 가까운 극저온 환경을 구현해야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

현재 양자 오류를 해결할 수 있는 후보 소재들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는데, QSL도 그 중 하나다. QSL은 새로운 자기 상태의 물질로 양자 요동에 의한 대규모 양자 얽힘이 가능하다. 양자 오류를 대폭 줄인 양자컴퓨터 구현에 필요한 강력한 후보 소재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많은 QSL 후보 물질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지만 불순물, 무질서한 물질 구성 등으로 인해 ‘광학전도도-주파수 제곱 비례 현상’을 실험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공동 연구진은 최초로 QSL 후보 물질 중 하나인 터븀인듐산화물 단결정에서 이를 실험적으로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광학전도도는 빛 등 교류전기장에 의한 물질의 전기전도도를 말한다.

연구진은 먼저 레이저로 녹여 구조가 고른 단결정을 제조하는 레이저 부유 용융로를 사용해 고품질의 터븀인듐산화물 단결정을 합성했다. 이후 테라헤르츠(THz) 전자기파를 물질에 쪼여 광학전도도를 측정하는 분광실험을 수행했다. 실험은 극저온에서 상온에 이르는 넓은 온도 범위와 다양한 자기장, 주파수 대역에서 진행됐다. 실험에 방해가 되는 빛의 내부 반사 효과를 줄이기 위해 시료 두께를 정밀히 제어했다.

그 결과 특정 영역에서 광학전도도가 정확히 주파수 제곱에 비례함을 입증했다. 특히 영상 27도 수준의 실온에서도 광학전도도 비례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터븀인듐산화물이 상온에서도 QSL 특성을 구현할 수 있음을 실제 확인한 첫 사례다. 연구진은 터븀인듐산화물이 무오류 양자컴퓨터의 소자로 응용할 수 있는지 등을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다.

김재욱 박사는 “양자스핀액상 물질의 오래된 이론적 예측을 실험적으로 검증한 첫 사례”라며 “향후 양자컴퓨팅 및 양자 센서 소자의 설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7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IF 19.684)’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김 박사는 정택선 연세대 박사, 미국 럿거스대 쉬샹한(徐祥翰) 박사와 함께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스피논 준입자 및 외부 전자기파의 상호작용 모식도(a)와 터븀인듐산화물(TbInO3)의 삼각 격자 구조(b).
스피논 준입자 및 외부 전자기파의 상호작용 모식도(a)와 터븀인듐산화물(TbInO3)의 삼각 격자 구조(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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