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움직임 가장 빠르고 밝게 잡는 ‘전자카메라’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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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움직임 가장 빠르고 밝게 잡는 ‘전자카메라’ 개발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0.04.17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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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硏, 세계 최고 성능 초고속 전자회절장치 선봬
기존 美 SLAC 보유 장치보다 속도 3배·밝기 100배 ↑
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세계 최고 성능의 '초고속 전자회절장치'.
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세계 최고 성능의 '초고속 전자회절장치'.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원자의 운동을 가장 빠르고 밝게 포착하는 전자카메라인 ‘초고속 전자회절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정영욱 박사팀이 32펨토초(10-15초)의 시간분해능을 갖추고 있는 초고속 전자회절 장치를 개발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원자의 움직임은 보통 펨토초(10-15초, 1000조 분의 1초)에서 피코초(10-12초, 1조 분의 1초) 단위로 매우 짧은 순간 동안 일어나며, 초고속 전자회절 장치로 반응을 잡아낼 수 있다.

시간분해능이 우수하면 더 짧은 시간 단위에서 나타나는 원자의 운동을 포착할 수 있다. 단순히 정지영상으로 물질의 분자 구조만 측정이 가능한 전자현미경과 달리 초고속 전자회절 장치는 분자 속 원자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어 분자 구조 운동까지 측정할 수 있다.

연구원에서 개발한 장치는 기존에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진 미국 스탠퍼드선형가속기연구소(SLAC)가 보유한 초고속 전자회절장치 100펜토초의 시간분해능을 가지는 것에 비해 3배 더 빠른 원자의 움직임을 잡을 수 있다. 원자의 움직임을 더 빠르게 측정할수록 밝기가 점점 더 어두워지는 문제도 해결했다. 미국 SLAC 장치보다 약 100배 더 밝게 관측할 수 있어 분자 구조의 변화를 더욱 선명하게 잡아낼 수 있다.

초고속 전자회절장치 모식도.
초고속 전자회절장치 모식도.

속도와 밝기에서 우수한 성능을 갖는 것은 단순하지만 기발한 ‘90도 휨’ 형태의 독창적인 구조 덕분이라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전자회절장치는 분자에 자극을 주는 레이저 펄스와 자극에 따른 반응을 포착하는 전자빔을 쏜다. 전자는 전기적 특성상 서로 강하게 밀치기 때문에 아주 작은 공간에 모으는 것이 매우 어렵다. 기존의 모든 연구진은 전자빔 발생 후 시료에 도달하는 시간을 줄여서 전자빔이 덜 퍼지게 하는 방법을 선택했는데, 바로 ‘직선형 구조’의 전자회절장치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에서는 많은 양의 전자를 쏘면 전자를 모으기 어렵고 적은 양의 전자를 쏘면 밝기가 약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원은 전자들이 발생한 후 90도를 돌아 나와서 시료에 도달하는 90도 휨 구조를 고안해냈다.

처음에는 비교적 많은 양의 전자를 발생시키고 90도를 돌아 나오는 과정에는 달리기 트랙과 같이 여러 개의 레인을 통해 나오도록 해 원자들이 서로 밀쳐내지 않도록 했으며, 최종적으로 시료에 도달하는 아주 짧은 순간에만 모두 모이도록 했다. 그 결과 속도와 밝기 문제가 동시에 해결됐고 레이저펄스와 전자빔이 분자에 도달하는 시간의 불규칙성을 의미하는 ‘시간흔들림(jitter)’ 문제도 없었다.

연구원은 이번 개발로 과학자들이 꿈꿔왔던 아토초(10-18초) 대역의 시간분해능까지 도달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초고속 전자회절 기술을 활용해 지금은 간접적으로 측정하고 있는 원자 내 전자의 움직임도 직접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기태 원자력연구원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로 초고속 분자구조 변화를 포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빠르면 내년부터 해당 장치를 많은 연구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 국내 관련 분야의 연구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광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네이처 포토닉스’에 4월호에 게재됐다. 세계적 석학인 미국 UCLA의 무스메치(Pietro Muscumeci) 교수는 해석 기고를 통해 “자연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아주 빠른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됐다”는 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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