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현장] 류호정 의원 “배전노동자 작업환경 개선해야”…한전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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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현장] 류호정 의원 “배전노동자 작업환경 개선해야”…한전 질타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0.10.1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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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전노동자 작업복 입고 질의 나선 류 의원 “현장 목소리 대변”
김종갑 한전 사장 “책임 인정…안전 노동환경 조성할 것” 답해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 국정감사에서 배전노동자 작업복 차림으로 김종갑 한전 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 국정감사에서 배전노동자 작업복 차림으로 김종갑 한전 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연신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이날 국감을 ‘노동국감’으로 명명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으로부터 위험에 노출된 배전 전기원 노동자의 작업환경에 대한 질타를 들었기 때문이다.

배전노동자 작업복 차림으로 질의에 나선 류 의원은 “배전노동자를 대신해 질의하기 위해 입고 나왔다”며 “오늘 질의응답이 한전의 태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류 의원은 한전 하청업체 소속 배전 노동자들이 활선 작업 시 전자파에 과다 노출되고 위험한 작업환경으로 인해 감전사고와 화상, 근골격계 질환에 상시 노출돼 있다고 꼬집었다.

활선공법은 2만 2900V 전력이 흐르는 상태에서 전선교체 등을 손으로 작업하는 것을 말한다. 작업자들이 절연장갑과 절연고무를 사용하나 발생하는 전자파를 방지하지 못해 현장에서는 ‘죽음의 공법’으로 불린다. 실제 2018년 2월과 지난해 3월 고압 전류에서 발생한 전자파로 인해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가 산재판정을 받은 바 있다.

한전은 2016년 직접 활선 작업 폐지 요구를 받아들여 스마트스틱을 활용한 ‘간접 활선 방법’으로 작업방식을 교체했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노동자들에게 여전히 신체적 부담을 주고 있다고 류 의원은 지적했다.

류 의원은 특히 직접 배전공사 현장을 방문해 작업차에 달린 플라스틱 버킷을 타고 간접 활선 공법을 체험하는 영상을 김 사장에 보여주며, 스마트스틱 장비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스마트스틱의 무게는 5~6kg, 길이는 1.7m에 달한다. 작업을 위해서는 스틱의 끝부분을 잡고 버킷 바깥으로 꺼내야 하는데, 무게 중심이 쏠리게 된다”며 “굉장히 무겁지 않겠나. 그 상태로 조작도 어려워 노동자들이 하루 종일 일하면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산다고 한다”고 말했다.

전국건설노조에 따르면 2017년부터 확대 도입되기 시작한 스마트스틱 공법이 시행된 이후 근골격계 증상을 호소하는 노동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작업방식 변경 이후 ‘내 몸 피로도가 증가했다’는 답변이 59.1%, 목, 어깨, 허리, 팔다리 등 근골격계 통증이 늘었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70.4%에 달했다.

류 의원은 “노동자들이 죽으려고 일하는 것도 아닌데 반복해서 사고가 난다면 구조적인 문제를 찾아봐야 한다. 한전의 정책이 정착되지 않았다면 그것 또한 한전에 책임이 있다. 더 큰 사고들이 터지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또 한전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EHS(환경·보건·안전) 경영방침’이 현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류 의원은 “배전노동자의 백혈병은 지난해 3월 산재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지금도 갑상선암과 뇌경색 등으로 10명이 산재를 신청해놓고 기다리고 있다”며 “그런데 한전은 백혈병 산재 인정의 근거가 된 ‘산업안정보건공단’의 전자파 노출 수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발주한 ‘활선작업 근로자의 건강관리 방안’ 연구용역에서 권고한 ‘활선작업자 질병등록관리시스템’도 도입하지 않고 있다. 배전노동자들은 협력업체 소속이라 1년, 2년마다 소속이 계속 바뀌어 이런저런 이유로 체계적인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한전이 책임감을 갖고 대해야 하지 않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일정부분 한전의 책임이 있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일본에서 수입한 간접 활선 공법을 국내에서 개발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나 아직 위험에 노출돼 있는 부분이 있다. 현장에서 쓰이는 장비를 개선하는 등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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