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본업에 충실한 정부를 고대한다 – 윤 정부 1년, 태양광 산업 평가와 업계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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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본업에 충실한 정부를 고대한다 – 윤 정부 1년, 태양광 산업 평가와 업계의 바람
  • 전기에너지뉴스
  • 승인 2023.07.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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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도 1년 하고도 3개월째가 흐르고 있다. 15개월이면 5년 임기 60개월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지난 5월이 지나고부터는 여기저기서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분야 새 정부 1년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괴롭다. 딱히 평가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만이 아니다. 태양광 업계의 팍팍한 현실을 모두가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데, 중언부언하는 건 사족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돌아오지 얺는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자괴감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이야기를 계속 하고, 끊임없이 요청하다 보면 대통령실의 기류가 변할 수도 있다는 소박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5개월 새 정부의 태양광 분야를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태양광 시장, 산업, 정책 3가지 측면에서 평가하고 업계의 바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한다.

첫째, 태양광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됐다.

전 정부에서 1년 신규 보급량이 최대 4.7GW에 달했지만 새 정부 집권 첫해인 2022년 태양광 신규 보급량은 3GW로 떨어졌다. 올해는 2GW에 턱걸이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태양광 시장 규모가 전 정부의 40%대까지 추락하는 셈이다. 전 세계 각국의 태양광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국내 시장의 급격한 축소는 국내 제조기업, EPC 기업의 위축뿐만 아니라 태양광 생태계 전반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둘째, 태양광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전 정부 시절 태양광 보급 확대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도 태양광 산업 육성 정책이 부족함을 질타해 왔던 산업계는 솔직히 보수정권이기에 은근히 기대했었다. 산업에 대한 DNA를 갖고 있을 테니 전 정부보다 적극적으로 산업계를 배려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었다.

하지만 산업계의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 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셀, 인버터, 구조물 등 국내 태양광 제조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던 모듈 제조기업 마저 사업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국내 태양광 선두기업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은 소홀한 채 미국쪽 산업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한화큐셀을 제외하고 이대로 간다면 중견중소 모듈기업들은 내년에는 모두 파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태양광 제조기업들은 시장 축소→공급 축소, 재고 증가→투자 철회, 가동 중단→사업 철수 및 파산 이라는 사이클에 갇혀 있다. 전 정부에서는 시장이 확대되고 비록 부족하지만 탄소검증제라는 산업 육성의 노력이라도 있었다. 새 정부에서 태양광 시장은 반토막나고 태양광 산업은 무관심의 영역이 되었다.

셋째, ‘산업정책의 실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2020년대 들어 전 세계는 공급망 회복, 제조업 부흥을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RE100, 에너지 안보를 위한 핵심 솔루션으로 태양광 산업 육성과 경쟁력 강화에 올인하고 있다. 미국의 IRA와 SEMA(태양에너지제조육성법), EU의 탄소중립산업법(NIA)와 태양광 산업 생태계 회복 계획,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의 태양광 국가전략기술 추진, 인도의 야심찬 태양광 산업 육성 움직임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2010년대 초반부터 대대적인 태양광 산업 육성정책과 집중적인 지원으로 현재 전 세계 태양광 산업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세계 태양광 시장도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와 더불어 세계 3대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5년이면 연 500조 규모를 넘어설 것이다. 세계 주요국이 태양광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은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에 대한 대응을 넘어 경제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범 후 15개월이 지났건만 새 정부의 태양광 산업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산업정책은커녕 보급 확대 정책마저 없다. 정책은 없고 해를 넘겨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 금감원 조사, 국세청 조사만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합리적으로 정책을 세우고 공정하고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다. 정부 정책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사법기관 및 감사기관 등에서 바로 잡으면 된다. 그러라고 그 기관이 존재하고 있고 또 국민들도 세금을 내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것보다 사법기관, 감사기관 역할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봤으면 좋겠다.

15개월간 하고 싶은 대로 했으니 이제 정부가 본업에 충실해주면 좋겠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세계인의 노력에 맞춰 산업과 경제의 트렌드에 맞춰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태양광 산업정책을 수립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강력한 제조업 육성·지원에 나서주길 바란다.

며칠 전 만난 태양광 제조기업 대표의 절박한 호소가 대통령실과 정책 당국자의 귀에 닿기를 염원해 본다. “중국의 반의반, 미국·EU의 반만이라도 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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