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두산重 “더 이상 못 버티겠다” 휴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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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 두산重 “더 이상 못 버티겠다” 휴업 검토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0.03.1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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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석탄 취소로 수주물량 증발…경영위기 가속화
노조 “휴업 의도는 정리해고…사측 협의 요청 거부”
두산중공업 창원공장 전경.
두산중공업 창원공장 전경.

경영난 늪에서 허우적대던 두산중공업이 ‘명예퇴직’ 시행에 이어 창립 이래 최초로 ‘휴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더 이상 소극적 조치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해 보다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경영위기 책임을 자신들에게 전가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노사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은 지난 10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두산중공업지회에 ‘경영상 휴업’을 위한 노사 협의 요청서를 보냈다. 정 사장은 “최근 3년간 지속된 수주물량 감소로 올해 창원공장 전체가 저부하인 상황이고 내년에는 부하율이 심각한 수준까지 급감한 뒤 앞으로도 일정기간 지속될 것”이라면서 “고정비 절감을 위한 긴급조치로 근로기준법 제46조 및 단체협약 제37조에 근거해 경영상 사유에 의한 휴업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했다.

두산중공업이 휴업을 검토하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원자력·석탄화력 프로젝트 백지화로 인한 경영실적 악화다. 정부는 2017년 말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이전 정부의 7차 계획에 포함됐던 원자력·석탄화력 건설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등 원전 6개와 석탄화력 3개다. 10조원 규모의 수주 물량 증발은 두산중공업의 경영위기 가속화로 이어졌다.

2012년 고점 대비 현재 매출은 50% 아래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17% 수준에 불과한데, 당기순손실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영업활동만으로는 금융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부채상환 압박까지 겪게 됐다.

자구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업활동을 위해 필요 최소한의 경상비를 제외한 모든 비용을 축소했고 자산유동화 등 가능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해왔다. 또 신규채용 억제, 임원 및 조직축소, 한시적 복지유예, 계열사 전출, 순환휴직, 사내공모를 통한 인력 전환배치 등을 통해 고정비 절감 및 운영 효율화에 주력했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지난 4일까지 45세(1975년생) 이상 과장급 기술·사무직군 직원 2600여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해 550여명으로부터 사인을 받아냈다. 하지만 더 센 조치가 필요했고 비상경영의 일환으로 휴업을 결정하게 됐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다.

두산중공업은 휴업 대상 선정과 기간 등 구체적인 실시 방안에 대해서는 생산차질 및 직원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노조와 성실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휴업의 의도를 ‘고강도 구조조정(정리해고)’이라고 규정하며, 사측이 제안한 협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두산중공업지회(지회장 이성배)는 12일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측의 휴업 결정은 결국 인적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들을 길거리로 내몰기 위한 절차상의 수순 밟기로 보인다”며 “협의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금의 경영위기는 전적으로 오너와 경영진의 책임이지 조합원의 책임이 아니"라면서 "비상경영조치를 시행하기에 앞서 오너와 경영진의 사죄와 직원들이 수긍 가능한 대책 안을 내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회사가 어렵다고 할 때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수년간 감소한 인원으로 노동 강도와 안전사고 위험을 감수하며 협조를 해왔는데, 경영진은 명예퇴직 공고를 하면서 현재의 두산중공업이 있기까지 수십 년을 회사에 헌신한 직원에게 ‘회사가 어려우니 나가달라’는 달랑 세 줄짜리 무성의한 공지만 올리고 실무진 뒤에 숨는 치졸한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실효적인 비상경영조치는 오너들의 사재출현과 더불어 두산의 두산중공업 회생을 위한 적극적 지원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 부실경영의 주역인 현 경영진은 물러나고 책임 있는 전문경영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노조는 “사측이 경영악화 원인으로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주장하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신한울 3·4호기 건설공사 즉시 재개를 위한 지원을 받아내는 노력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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