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중소·중견기업 숨통 터줄 8천억 규모 일감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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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중소·중견기업 숨통 터줄 8천억 규모 일감 풀린다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3.08.2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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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엘다바·루마니아 삼중수소제거설비 기자재 발주
산업부·한수원, 입찰부터 계약까지 6개월 내 완료
유자격 심사 면제 및 인증 취득·대금 우대 등 지원
한수원은 지난 6월 27일 루마니아 원자력공사(SNN)와 원전 단일설비 수출로는 역대 최대인 2600억원(1억 9500만 유로) 규모의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TRF) 건설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한수원은 지난 6월 27일 루마니아 원자력공사(SNN)와 원전 단일설비 수출로는 역대 최대인 2600억원(1억 9500만 유로) 규모의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TRF) 건설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내달부터 8000억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사업과 루마니아 삼중수소제거설비(TRF) 사업 기자재 발주가 본격화되면서 일감 절벽에 어려움을 겪던 원전 중소·중견기업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은 발주 속도를 높여 원전산업계에 일감을 조속히 공급하고 해외사업 참여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낮춰 원전생태계 복구를 총력 지원할 방침이다.

29일 산업부는 서울 양재동 한전 아트센터에서 국내 원전 기자재·부품 기업 200여 곳을 대상으로 수출 일감 통합 설명회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해외 사업 기자재 발주 계획을 발표하고 공급자 요건 및 각종 지원제도 등을 소개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선 지난해 8월 수주한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측 사업은 한수원이 50개 품목 6600억원, 두산에너빌리티가 31개 품목 300억원 규모의 일감을 각각 푼다. 한수원은 내달부터 12월까지 발주 후 내년 4월부터 6월까지 계약을 진행할 계획이며, 두산에너빌리티는 오는 11월~12월 발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원전 단일설비 수출로는 역대 최대인 2600억원(1억 9500만 유로) 규모의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선 한수원이 23개 품목 1100억원 규모를 발주한다. 한수원은 오는 11월부터 내년 6월까지 발주 진행 후 내년 3월부터 12월까지 계약을 마칠 계획이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공급사가 일감 확대를 체감할 수 있도록 발주 후 ‘입찰공고(1개월)-입찰서 평가(2.5개월)-낙찰자 선정(1개월)-계약 체결(1.5개월)’까지 일련의 과정을 6개월 이내에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수출에 나서는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 방안도 내놨다. 한수원은 협력업체 215개사에 대해 해외사업 유자격 심사를 면제해 ‘해외사업 유자격 공급사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기존에 한수원 해외사업 참여를 위해서는 경영·품질·기술 3개 분야 심사를 통과해 해외사업 유자격공급사로 등록돼야 입찰 참여가 가능했던 협력사의 부담을 완화한 것이다.

또 국내 원전 기업의 참여 확대를 위해 발주국(발주사) 요구 사항보다 완화된 기술기준을 인정하기로 했다. 이집트 엘다바 사업의 경우 러시아 기술기준(GOST 등)이 아닌 국내 공급사에 익숙한 ASME(미국기계학회), ASTM(미국재료시험협회) 등 국제기술기준을 적용하고 루마니아 삼중수소제거설비 사업은 국내 전력산업계 민간단체표준인 KEPIC(전력산업기술기준) 코드를 적용하도록 발주사 및 규제기관과 협의 중이다. 이와 함께 기업 1곳당 유자격공급사, KEPIC 인증, 해외 인증 등의 취득 비용을 최대 1억 5000만원까지 지원한다.

낙찰 받은 업체를 대상으로 원자재 구매 비용 부담을 경감해주기 위해 계약금액의 15% 또는 당해연도 이행금액의 최대 70%를 선지급하고 최대 80%의 융자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앞서 산업부는 종합 원전 수출 강국 도약을 위해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2027년까지 5조원 규모의 원전 설비 프로젝트 수주와 함께 독자 수출을 하는 원전 설비 중소기업 100개사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규 원전 건설과 계속운전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원전 설비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주요 공급국의 공급망 약화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적기를 맞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세계원자력협회(WNA)에 의하면 지난해 6월 기준 건설 중인 원전은 53기였으나 올해 5월 기준 57기로 4기 증가했고 같은 기간 계획 중인 원전은 95기에서 100기로 늘었다. 또 30년 이상 가동 중인 설비는 전 세계 원전의 66%(248GW)에 이른다.

원전 설비 수출은 진입장벽이 높지만 한 번 성공하면 지속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원전설비 수요는 1기 건설시 약 3~4조원, 가동 후에는 연간 100~200억원 규모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신규원전 일괄 수주 못지않은 블루오션 시장으로 여겨지지만 국내 원전산업계의 수출 현황은 양적·질적으로 모두 초기 단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5년(2017~2021년)간 수출 계약은 총 143건, 5억 3000만 달러에 불과하고 품목은 공조기나 밸브 등 비핵심 보조기기에 그치고 있다. 수출 방식도 공기업 수주에 의존하고 있어 2017~2021년 중소기업 단독 수출은 13건(9%), 1000만 달러(1.9%)로 미미한 상황이다.

산업부는 국내 원전 중소·중견기업들이 수출 의지는 있어도 자금과 인력, 경험 등이 부족하다고 보고 앞으로 원전 공기업과 동반 진출 또는 독자적인 수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투트랙(Two-Track) 전략에 집중할 계획이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이날 “올해가 원전 생태계 정상화의 원년이 되도록 총력을 다해 지원하겠다”며 “2027년까지 5조원 규모 해외 원전설비 프로젝트 수주, 2030년까지 10기 원전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민관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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