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한전 사장 “위기 원인 외부 탓 안돼…제2 창사 각오”
상태바
김동철 한전 사장 “위기 원인 외부 탓 안돼…제2 창사 각오”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3.09.20 1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점 사업자 우월적 지위에 안주…냉철한 자기반성 필요”
“전력판매 이외 이익 창출해 ‘글로벌종합에너지기업’ 전환”
신재생 발전사업 추진…“회계 분리하고 망 중립성 담보”
“전기요금 정상화, 뼈 깎는 혁신 없인 국민 동의 못 얻어”
김동철 제22대 한국전력 사장이 20일 오전 전남 나주 본사 1층 한빛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동철 제22대 한국전력 사장이 20일 오전 전남 나주 본사 1층 한빛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재무위기에 빠진 한국전력의 새 수장 자리에 앉은 김동철 제22대 사장이 첫 일성으로 “위기 원인을 외부 탓만 해서는 안 된다”며 환골탈태를 통한 제2의 창사를 강조했다. 또 전기요금에만 모든 것을 거는 회사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 현재 국내 전력판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수익 구조를 변화시키겠다는 뜻도 밝혔다. 20일 3년 임기를 시작하며 나주혁신도시 한전 본사에서 가진 취임식 취임사를 통해서다.

김 사장의 취임사는 한전을 향한 질타로 시작됐다. 그는 “1990년대 한전은 시가총액 압도적 1위의 국내 최대 공기업이자 2016년에는 포브스(Forbes) 선정 글로벌 전력회사 1위 기업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한전은 어떻냐”면서 “재무위기로 기업 존폐를 의심받고 있고 2만여 직원들의 사기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뼈아픈 소리지만 그동안 한전이 공기업이라는 보호막, 정부보증이라는 안전판, 독점 사업자라는 우월적 지위에 안주해온 것은 아니냐,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미래 대비를 소홀히 한 채 무사안일했던 것은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무후무한 위기 앞에서 모든 원인을 외부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되며, 냉철한 자기반성으로 환골탈태해 제2의 창사라는 각오로 무한경쟁과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새로운 기회의 영역을 선점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사장은 한전이 국제무대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글로벌 종합 에너지기업’이 돼야한다는 주문을 내놨다. 그는 “기존 구조와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한전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 전기요금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총수익의 30% 이상을 국내 전력판매 이외 분야에서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먼저 에너지 신산업과 신기술 생태계 주도를 제시했다. 김 사장은 “한전은 에너지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전후방 에너지 혁신 기업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돼야 한다”며 “에너지 플랫폼을 통해 R&D에서 사업개발·기획, 시공·건설, 운영관리까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지원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탄소 전력 생산에 필요한 ‘그린수소 생산 기술’과 ‘수소·암모니아 혼소 기술’, 에너지 소비를 혁신시키는 ‘에너지효율 향상 기술’, 효율적인 미래 전력망을 위한 ‘에너지 저장 기술’과 ‘마이크로그리드 기술’ 등 핵심 에너지 신기술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김 사장은 “해상풍력과 같은 대규모 사업은 자금력과 기술력, 풍부한 해외 파이낸싱 경험을 갖춘 한전이 적극 주도해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해야 한다”며 “10개 부처 29개 관련 법률의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해 신재생의 질서 있는 보급에 기여하는 한편 대형터빈 전용 설치선, 배후항만, 공동접속설비 등 단지 개발에 필수적인 인프라 구축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인 신재생 비중이 2036년 30.6%로 늘어나면 전력구입비용도 10조원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국민 전기요금에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며 “한전이 신재생 사업을 직접 수행하면 발전원가는 대폭 낮아지고 전기요금 인상 요인도 그만큼 흡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재생 사업을 직접 하더라도 한전과는 독립된 조직으로 운영하고 회계도 분리하겠다. 망 중립성과 관련해선 계통 접속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면서 “대규모 해상풍력 등 민간 독자 수행이 어려운 분야에서 생태계 전반에 걸친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전이 ‘팀 코리아(Team Korea)’의 중심이 돼 제2 원전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도 했다. 김 사장은 “한전은 이미 UAE 원전 건설사업의 성공적 완수로 원전의 설계, 시공, 유지보수에 이르는 전방위 역량을 세계에 입증했다”며 “원전 생태계 복원을 통해 원전 수출 강국의 위상 강화와 2030년 원전 10기 수출이라는 국가 목표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재무위기 극복을 위한 전기요금 정상화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김 사장은 “현재 한전의 누적적자는 47조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무려 600%에 육박한다. 201조원의 한전 부채는 국가 연간 예산의 30% 수준이고 국가 GDP의 10%나 되는 막대한 금액”이라며 “사채 발행도 한계에 이르러 부실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 협력업체 연쇄도산과 전력산업 생태계 붕괴마저 우려된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국제연료가격 폭등과 탈원전 등으로 상승한 원가를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한 데 있다.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이 다시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김 사장은 뼈를 깎는 경영혁신과 내부개혁 없이는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 대책도 예고했다. 그는 “이미 발표한 기존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특단의 추가 대책도 강구하겠다”며 “비대해진 본사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사업소 거점화·광역화를 추진하는 한편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혁신 및 민간 수준의 과감한 보상체계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 사장은 “우리가 처한 이 절대위기는 모든 임직원이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나아간다면 반드시 극복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저에게는 한전 사장이 마지막 공직이 될 것이다. 어떠한 수고와 노력도 마다하지 않겠다. 맨 앞에 서서 길고 힘든 여정에 여러분과 고통을 함께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